"러 없인 못살아"…핵심 광물 수천t 유럽으로 흘러 들어갔다

입력 2023-09-27 11:28   수정 2023-09-27 11:36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러시아산 구리 수천t이 제3국인 튀르키예를 거쳐 유럽에 수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 외 구리와 같은 원자재는 서방국들의 제재 표적이 아니지만, 전쟁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큰 돈이 계속해서 러시아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핵심 광물 의존성이 여전하다는 평가다.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각종 세관 서류와 항구 사진 등을 분석해 석유와 금속을 주로 거래하는 다국적 원자재 업체 글렌코어가 지난 7월 러시아의 국영 광물 채굴업체 UMMC로부터 최소 5000t의 구리 동판을 사들인 것을 확인했다.

글렌코어는 스위스 바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런던 증시 상장된 기업이다. 그러나 글렌코어가 러시아에 대한 서방 세계의 제재 방침을 위반하지는 않았다는 판단이다. 구리가 직접적인 제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지난해 UMMC 소속 임원들을 개인 자격으로 제재 리스트에 올렸지만, 회사 자체에는 규제를 가하지 않았다.



해당 구리 동판은 지난 7월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자재 거래 업체 할디보 에너지를 통해 거래됐다. 이탈리아 리보르노 항구를 통해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카를로 콤보 선재 공장으로 옮겨진 뒤 전기 케이블, 변압기, 각종 전자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데 사용될 물량이었다.

서방국들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튀르키예와 UAE가 러시아산 원자재를 유럽으로 유통하는 중간상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튀르키예는 러시아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는 최대 무역국 중 하나이기도 하다. 스위스 제네바 소재 무역정보기업 트레이드데이터모니터(TDM)는 튀르키예가 올해 1~7월 러시아산 구리 15만9000t을 수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약 3배 늘어난 수치이며, 튀르키예 전체 금속 수입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한 원자재 업계 임원은 “튀르키예는 러시아산 아연, 구리, 알루미늄 등이 (유럽으로 수출될 수 있도록 하는) 중간 기착지가 됐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튀르키예를 거치면서 한 차례 ‘세탁’된 러시아산 원자재의 주요 행선지다. 경제가 후퇴하고 있는 영국이나 독일과 달리 이탈리아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대로 예상돼 구리 수요가 계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러시아에 대한 EU 차원의 제재를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는 FT에 “대러 제재 이행 과정에서의 최대 문제는 튀르키예, UAE, 중국 등 제3국을 통해 이뤄지는 수출입”이라고 말했다.

글렌코어 측은 이번 거래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에 체결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개전 이후로는 UMMC와 신규 계약을 맺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 회사는 작년 3월 러시아 내 신규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러시아의 알루미늄 공급업체 루살과 다년 단위로 맺은 계약에 따라 이 회사는 내년 말까지 러시아산 알루미늄 거래를 지속할 전망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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