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고 만두’ ‘햇반’ 등으로 유명한 국내 식품 대기업 CJ제일제당. 식품사업이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CJ제일제당은 돼지 닭 등 가축 사료에 첨가되는 아미노산도 생산한다. 단백질 구성 요소인 아미노산을 섭취해 골고루 성장한 돼지와 닭이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것이다.
최근 서울 쌍림동 CJ제일제당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 김소영 바이오AN(동물영양)사업본부 부사장은 “라이신, 메티오닌, 트립토판 등 8대 사료용 아미노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곳은 세계에서 CJ제일제당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사료용 아미노산은 백색 분말 형태로 대두(콩)나 옥수수 사료에 섞는다. 가축이 필요한 만큼의 영양분을 섭취하기 때문에 잘 자랄 뿐 아니라 배설물을 적게 배출한다. CJ제일제당은 미생물 발효공법으로 사료용 아미노산을 생산한다. 고기나 콩에서 아미노산을 얻는 게 아니라 미생물에 포도당을 먹인 뒤 아미노산을 배출시키는 원리다.
이런 방식으로 CJ제일제당이 생산하는 사료용 아미노산은 연간 70만t(지난해 기준) 규모다. 시장점유율 1위인 품목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매출은 지난해 기준 2조7000억원으로 95%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국 브라질 등 5개국에 생산기지가 있다. 김 부사장은 “만약 5개국 중 브라질의 포도당, 전기료 등 원가가 저렴해지면 브라질에서 더 많이 생산하는 방식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다”고 말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0년대 들어 중국의 저가 공세에 라이신 판매가가 폭락했다. 라이신 매출 의존도가 높은 CJ제일제당은 제품 다변화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김 부사장은 “라이신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해 해마다 한 개꼴로 신제품을 출시했다”며 “생산공정이 까다로운 트립토판, 아르기닌 등은 라이신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어 수익성이 좋다”고 했다.
빠르게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꾸준한 연구개발이 있다. 식품, 바이오 등 사업부문을 모두 합쳐 투입된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2000억원에 달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45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CJ제일제당은 탄소중립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유럽은 돼지 한 마리를 키우는 데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관리한다”며 “이 기준에 맞춰 사료용 아미노산을 생산하기 위해 재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적은 사탕수수를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생물 분야의 독보적인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탄소 배출 저감에 도움을 주는 사료용 아미노산을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허세민 기자
제작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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