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부터 지금까지 56개국에서 발생한 인플레이션 111건을 분석한 결과 64건(57.6%)만 5년 안에 문제가 해결됐다. 이마저도 인플레이션 해결까지 3년 이상 걸렸다. 인플레이션 충격 이후 1년 이내에 위기 이전으로 경제가 회복된 사례는 10%(12건)에 불과했다.
인플레이션 관련 통화정책의 실패는 주로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과 관련이 있었다. 보고서는 “해결하지 못한 인플레이션 사례의 약 90%가 인플레이션 초기 충격 이후 3년 이내에 물가상승률이 크게 하락한 뒤 높은 수준에서 정체되거나 다시 가속화했다”고 설명했다. 1973년 미국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1970년대 초반 1차 오일쇼크로 물가가 급등하자 기준금리를 최고 연 11% 선까지 올렸다. 이후 물가상승률이 둔화하자 곧바로 기준금리를 낮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 2차 오일쇼크가 발생하면서 1979년 물가상승률이 13%대까지 올랐다.
인플레이션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사례로는 1979년 영국을 꼽았다. 영국은 당시 2차 오일쇼크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5%에서 15%로 급등했다. 이에 영국 중앙은행은 1980년과 1984년 사이에 실질 금리를 연 -5%에서 연 7%로 끌어올렸다. 1979년 마거릿 대처 총리가 당선과 동시에 인플레이션 통제를 공약으로 내건 이 기간에 오일쇼크가 경제를 강타하면서 처음에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급락했지만, 이후 1980년대 중반에는 충격 이전의 성장률인 3~5%로 회복됐다. 보고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 강화도 2차 오일쇼크 이후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데 한몫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Fed는 섣부른 긴축 완화로 더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었던 과거 사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CPI 상승률이 3.7%로 나온 가운데, Fed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준금리를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유지하겠다는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메시지를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 국채 금리도 고공 행진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연 4.7%를 돌파하기도 했다. 2007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IMF는 “인플레이션 완화 징후가 보인다고 해서 긴축 강도를 낮추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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