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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권력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 의장(공화당·사진)이 해임됐다. 하원 의장이 해임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미국 정가는 대혼란에 빠졌다.
미 하원은 3일(현지시간) 매카시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 표결에서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통과시켰다. 표결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찬성하고 공화당 내 강경파 의원 8명이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전날 공화당 강경파인 맷 게이츠 의원은 매카시 의장이 추진한 임시예산안 처리에 반발하며 매카시 의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발의했다. 게이츠 의원은 "매카시 의장은 공화당 의원들엔 거짓말을 했고,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등을 놓고 민주당과 '비밀 거래'를 했다"고 주장했다.
해임 결의안이 가결되려면 하원의 과반의 찬성이 필요해 하원 의장 불신임안의 통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공식적으로 매카시 의장을 해임하는데 찬성한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 수가 10명도 안됐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이 매카시 의장 해임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매카시 의장이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조사를 추진하자 민주당 내 매카시 의장에 대한 불신이 커진 탓이다. 이와함께 하원 의장 공석으로 인한 공화당 내 혼란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임안 가결로 미 하원 의장직은 공석 상태로 전환됐다. 매카시 의장은 269일간 하원 의장직을 수행하고 해임됐다. 패트릭 맥헨리 의원이 하원 의장대리 역할을 수행한다.
다만 임시 의장인 맥헨리 의원의 권한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임시 의장은 행정적인 처리만 할 수 있을 뿐 법안 통과 같은 업무를 할 수 없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새로운 하원 의장을 선출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하원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는 하원 의장이 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강경파 의원들의 행동으로 내분을 겪고 있는 공화당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거나 이번 매카시 의장 해임안 처리 때처럼 민주당과 공화당 강경파가 동시에 지지하는 의장 후보가 나와야 한다. 현재 하원은 공석 1석을 제외하고 공화당 222석, 민주당 212석으로 구성돼 있다.
하원 혼란이 계속되면 미국 연방정부의 업무가 중단되는 셧다운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미 의회는 지난달 30일 임시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상하원이 다음달 17일까지 2024 회계연도 본예산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미국은 또다시 셧다운에 빠지게 된다. 민주당이 하원에서 매카시 의장 해임안에 찬성해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부재한 상황에서 양당의 협상이 순탄하게 진행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매카시 의장 해임안이 통과된 뒤 공화당 내에서 '이젠 어떡할 거냐'는 탄식이 나왔다"며 "현 상황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하원은 이해할 수 없는 혼란에 빠졌다"고 전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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