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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케임브리지 켄달스퀘어 중심에 있는 매사추세츠공대(MIT) 뮤지엄 2층 전시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면에 전시된 핑크닭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핑크닭은 닭을 지나치게 많이 소비하는 인류의 식습관을 비판한 풍자이면서 동시에 MIT가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의 본산임을 드러내는 자신감의 상징이다. IMES(MIT 의료공학 및 과학연구소)를 이끌며 생물학을 공학으로 진화시키고 있는 제임스 콜린스 MIT 교수의 기술이라면 뼈와 깃털까지 모두 핑크인 새로운 닭 품종의 탄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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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생물학이란 인공적으로 생명체의 세포를 설계·제작·합성하는 기술로, 인류 미래를 바꿀 기술로 꼽힌다. 콜린스 교수는 “합성생물학은 유전자를 자유롭게 융합하는 ‘편집 공학’”이라며 “유전자 일부를 수정하는 유전학을 뛰어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합성생물학의 가능성은 무한대다. 개인 맞춤형 치료제는 물론이고 암을 정복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환자의 면역세포를 채취해 공학적인 기법을 활용해 특정 암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에게 유리한 새로운 면역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사실상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마법의 기술’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핑크닭처럼 생명체의 색깔을 변형하는 건 매우 기초적인 합성생물학에 속한다. 조장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IMES는 AI와 바이올로지 지식을 결합해 신개념 항생제를 개발 중”이라며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콜린스 교수는 “공학 원리가 도입된 합성생물학은 그간의 생명공학 연구개발(R&D)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며 “과거 유전자 조작으로 생명체의 기능을 단순히 변경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유전자 및 구성요소의 설계·제작·조립으로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활용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명을 미지의 영역이 아니라 논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알고리즘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더더욱 공학 개념에 가깝다.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로는 신약이 꼽힌다. 합성생물학은 DNA를 구성하는 아데닌(A), 티아민(T), 구아닌(G), 시토신(C) 외에 인공염기를 추가해 질병에 훨씬 더 강한 환경을 조성하거나 유전자 편집을 통해 질병을 미리 막고 치료할 수도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질병 관련 유전자를 제거하고 신체 능력을 향상하는 유전자를 개발, 확대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에너지, 화학, 농업, 환경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의사학계에서는 훨씬 고차원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내 인류를 병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인류가 배출하는 각종 오염 물질을 ‘0’에 가깝게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빌 게이츠와 캐시 우드, 존 도어 등 유명 투자자들이 합성생물학 기업에 투자한 이유다.
케임브리지·보스턴=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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