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농산물값 급등에…물가 5개월來 최대폭 상승

입력 2023-10-05 18:39   수정 2023-10-06 01:26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7% 오르며 두 달 연속 3%대 상승을 이어갔다. 물가 안정세를 주도하던 국제 유가가 최근 급등한 데다 올여름 집중호우 여파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로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이는 지난 4월(3.7%) 후 5개월 만의 최고치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를 정점으로 올해 7월 2.3%까지 내려왔다가 지난달 3.4%로 반등한 뒤 상승 폭이 더 커졌다.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 4.9% 떨어져 8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에 비해 하락 폭은 7월(-25.9%) 8월(-11.0%)과 비교해 크게 줄며 상대적으로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렸다.

농축수산물 역시 전년 동월 대비 3.7% 오르며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농산물(7.2%)은 지난해 10월(7.3%) 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일조량과 강수량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과(54.8%) 토마토(30.0%) 복숭아(40.4%) 등 품목이 크게 올랐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8% 올라 전월(3.9%)보다는 상승 폭이 다소 줄었다. 하지만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하며 오름세를 이어갔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경로를 다소 웃도는 수준”이라며 “10월부터 다시 둔화 흐름을 이어가 연말에는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고(高)유가에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비용이 늘면서 고물가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유 주류 등 식음료 물가도 불안하다. 오비맥주는 오는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한다. 원유(原乳) 공급 가격은 지난 1일부터 L당 88원(8.8%) 올랐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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