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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577돌을 맞은 ‘한글날(10월 9일)’은 처음엔 ‘가갸날’로 출발했다. 일제강점기 아래 신음하던 시절이었다. 조선어연구회(한글학회의 전신)에서 민족정기를 되살리고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날을 기념일로 삼았다. 그때가 1926년 11월 4일(음력 9월 29일),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꼭 480년 되던 해였다.
한글날이 지금처럼 10월 9일로 된 것은 1940년 경북 안동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된 덕분이다. 이 책 말미에 ‘정통 11년 9월 상한(正統十一年九月上澣)’에 책으로 펴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음력 9월 상순의 마지막 날인 9월 10일을 반포일로 추정하고, 이를 다시 양력으로 환산해 나온 것이 10월 9일이다.
우리말이 지금과 같은 기틀을 갖춘 데는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 공이 크다. 해방 이후 그는 두 차례 문교부(지금의 교육부) 편수국장을 지내면서 우리말 문법 체계를 갖추는 데 매진했다. 당시 편수국장은 한글 교과서를 새로 펴내고, 우리말 순화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등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오늘날 ‘K-한글’이 꽃피우게 된 데는 “우리말 교육은 겨레의 번영에 가장 근본스러운 방도”라는 그의 신념이 있었다. 다음 주(10월 19일)가 외솔 탄생 129주년이다.
그가 1937년 펴낸 <우리말본>은 국어 연구가 일천하던 시절 한글 문법 연구를 집대성한 대작이었다. 예를 들면, 외솔이 분류한 어찌씨(부사)의 갈래는 이후 우리말 문법 체계를 구성하는 토대가 되었다. 그는 ‘다만, 그래서, 그리고, 그러나, 그러면, 그런데, 또, 따라서, 더구나’ 등 수많은 접속어를 부사의 일종(접속부사)으로 처리했다. 따로 접속사란 품사를 두지 않은 그의 분류법은 학교 문법으로 이어져 요즘 배우는 국어 문법의 기초가 됐다.
저널리즘 글쓰기에서 접속부사를 특히 주목하는 까닭은 이들이 군더더기로 작용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도 지역 일자리 예산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주도의 직접 일자리 규모를 줄이려는 정책 기조에 따라 삭감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역 경제를 뒷받침하는 일자리 예산이 줄어들면 지방 소멸 위기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통상적인 눈으로 보면 거슬리는 데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널리즘 언어를 생각하면 걸리는 데가 있다. ‘다만’은 앞의 말을 받아 조건을 덧붙일 때 쓰는 접속어다. 그런데, 예문에서는 앞의 말에 이어 새로운 얘기를 풀고 있다. 더구나 이어지는 말이 조건절(“지역 경제를 ~ 줄어들게 되면”)이기 때문에 ‘다만’이 지닌 조건 용법과 충돌한다. 이 문장이 어색한 까닭은 그래서다. ‘다만’을 지워야 문장 흐름이 자연스럽다. “근무 시간은 오후 6시까지다. 다만 토요일은 12시까지로 한다” 같은 문장과 비교해보면 그 오류가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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