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공습을 사전에 포착하지 못한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 모사드는 책임론에 휩싸였다. 수십억달러를 들여 도입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돔과 국경 경보 체계도 무력화됐다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해 "4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가장 큰 실패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인 모사드는 중동에서 가장 넓은 첩보망과 자금력을 갖춘 조직으로 알려져있다. 1973년 유대교 속죄일(욤 키푸르)에 이집트에게 기습공격을 당한 이후, 이스라엘은 모사드의 역량을 집중 강화해왔다.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모사드는 하마스 공습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모사드는 하마스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폭력을 유발하고 있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또 이스라엘의 강력한 군사 대응을 피하기 위해 가자지구를 공격하지는 않으리라고 판단했다. IDF는 지난달 "가자지구 하마스 무장세력의 위험이 상당 부분 억제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마스 대원들이 국경을 넘을 때 사용한 '전동 패러글라이더'에 대한 대응도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패러글라이더의 존재는 2014년 이스라엘 현지매체 예루살렘포스트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하마스 대원들이 말레이시아에서 패러글라이딩 훈련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후에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언론에서 이를 다시 언급한 적은 없었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미사일 요격 시스템 '아이언돔'도 이번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날 하마스가 2200발의 로켓을 발사했다고 밝혔지만 이 중 몇발을 요격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현지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주거 건물이 로켓 공격을 받고 무너지는 장면들이 담겼다.
조너선 콘리커스 전 이스라엘방위군(IDF) 국제 담당 대변인은 "전체 (방위) 시스템이 실패했다"며 "이스라엘 시민들에게 필요한 방어를 하지 못한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고 정보기관인 CIA마저 허를 찔리면서 미국의 정보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스라엘과 미국 관료들은 정보 실패 가능성을 포함한 보고서를 며칠 내 작성할 계획이라고 CNN은 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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