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의 해외법인 자기자본이 올해 4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큰 규모다. 적극적인 해외법인 확장 및 현지 금융회사들에 대한 인수합병(M&A)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은 더 적극적인 해외투자를 통해 글로벌 톱티어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20년 만에 자기자본 600배로
미래에셋그룹은 2003년 자산운용사로 홍콩시장에 진출한 뒤 이듬해 미래에셋증권 자기자본 500만달러를 들여 홍콩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20년이 흘러 미래에셋증권의 해외법인 자기자본은 올해 상반기 기준 4조원(약 30억달러)을 넘어섰다. 이 기간 약 600배 성장한 셈이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은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 영국 등 10개국에 진출한 상태다.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2018년 4월 미래에셋그룹 글로벌전략가(GSO)로 취임한 뒤 해외 확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 결과 2017년 660억원이던 미래에셋증권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다음해인 2018년 1000억원을 넘어섰다. 지금도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상반기 국내 증권사 최초로 아시아 외 선진국에서 현지 금융사(영국 GHCO)를 인수하는 등 해외사업을 늘리며 63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을 포함한 그룹 전체의 지난해 해외법인 세전이익은 약 4468억원이었다. 그룹 전체 세전이익인 1조9653억원의 22.7%다. 해외 비중을 절반까지 높이겠다는 게 미래에셋그룹의 계획이다.
박 회장이 “해외 진출에 역량을 집중하라”는 지시를 꾸준히 내릴 만큼 그룹 전체가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내 시장의 위험이 곧바로 고객과 회사로 전가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 회장은 최근에는 경쟁력을 보이는 해외 인공지능(AI) 및 로보어드바이저 금융업체들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특성화 전략 통했다”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의 각 지역군에 특화된 해외 진출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인의 직접 진출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서는 온라인 계좌 개설, HTS(홈트레이딩시스템),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등을 도입해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인도네시아가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기준 인도네시아 주식 거래 점유율 8.15%로 전체 증권사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온라인 계좌 개설 서비스를 도입하고 디지털 마케팅을 늘리는 것이 통했다는 평가다. 전체 증권사 중 주식거래 점유율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 중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다.
영국 등 한국보다 금융시스템이 앞선 국가에서는 현지 법인을 직접 인수해 진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국내 사업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고객예탁자산은 지난 7월 말 기준 약 428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말 예탁자산 약 351조원 대비 7개월 만에 60조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국내주식은 물론 해외주식, 연금자산 등이 골고루 늘어났다. 자산 10억원 이상 고객 수도 2만 명을 돌파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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