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증권사 A의 IB(투자은행)본부 임직원들이 상장사 CB(전환사채) 발행과 관련한 사전 정보를 이용해 불법 사익편취 행위를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행위로 벌어들인 돈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증권사 사모 CB기획검사 중간결과'에 따르면 A증권사의 IB소속 임직원들은 상장사B의 CB 발행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업무 과정 중 B상장사와 관련해 담보 가치, 발행사 상황 등의 정보를 미리 파악한 이들은 CB를 통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적으로 조합 및 SPC를 만든 뒤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친인척, 지인들의 자금까지 동원했다. SPC와 조합에 돈을 모은뒤 B상장사의 CB를 몰래 매매해 수십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국내 메자닌 시장 강자로 꼽히는 A증권사는 CB를 이용한 상장사들의 주가조작사태와 관련해 자금조달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회사다. A증권사의 임직원들은 사전정보를 이용한 불법 행위를 약 9년간 조직적으로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이들에 대해 법적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CB 이외에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한 부정 거래도 포착해 검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에 대해서도 임직원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면밀히 살피겠다는 계획이다. A증권사는 앞서 지난주 금요일 IB 본부장을 포함 임직원 7명에 대해 보직해임 등 선행 인사조치를 했다. A증권사는 조만간 이들에 대해 해임 등의 징계처분을 내릴 것이란 입장이다.
회사 차원의 문제도 발견됐다. A증권사는 발행사로부터 CB를 취득하면서 CB전액에 해당하는 채권을 담보로 제공하도록 요구했다. 금감원은 A사가 우월적 지위를 활용했다고 판단했다. 상장사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에게 CB의 전환차익을 얻을 수 있도록 장외파생상품 계약을 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A증권사에 대한 추가 검사를 진행중이며, 또다른 위법 사항들 역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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