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한 지 5주년이 됐다. 같은 기간 회사 ‘몸값’은 100조원 넘게 뛰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LG그룹 계열사 시가총액은 260조원에 달한다. 구 회장이 취임한 2018년 6월 29일(94조1000억원)에 비해 160조원가량 불어났다.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등의 영향이 컸다. LG그룹은 구 회장 취임 이후 ‘고객가치 실천’을 경영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고객 경험을 혁신할 수 있는 신기술과 신제품을 만드는 게 그룹의 목표다. 미래형 가전,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전기차 배터리 등에 집중 투자하면서 이 같은 목표를 달성했고, 덩달아 몸값도 폭등했다.
그는 이어 “LG가 추구하는 것은 거창한 기술이나 우리의 만족을 위한 사업 성과가 아니다”며 “회사와 사업의 성과는 고객을 위한 노력·도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 회장이 강조하는 고객 경험은 구매자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용할 때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지를 신경 써서 혁신적이면서도 좋은 경험을 제공하려는 취지다.
사업 대전환의 핵심축은 세 가지다. 우선 ‘논하드 웨어(Non-Hardware) 사업 모델’이다. 매년 1억 대 이상 팔리는 가전을 플랫폼으로 활용해 콘텐츠와 서비스 등을 구독 방식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스마트TV 플랫폼인 ‘웹OS’와 여기에 내장된 무료 동영상 서비스 ‘LG채널’ 광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 영화, 드라마를 비롯한 ‘킬러 콘텐츠’ 확보에 5년 동안 1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두 번째 축은 ‘기업 간 거래(B2B)’로, 최근 ‘효자 노릇’을 하는 자동차 전자부품 사업에서 세계 10위권 업체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전기차 충전 등 신사업 성장동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이들 세 분야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같은 전략의 하나로 최근 중국 화유그룹과 손잡고 아프리카 모로코에 연산 5만t 규모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공장도 짓기로 했다. 양산 목표 시점은 2026년이다. 이 회사가 국내외를 통틀어 처음으로 구축하는 LFP 배터리 소재 생산기지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각지에서 완성차와의 합작·단독 공장 8개를 신·증설하고 있다. 총투자 규모는 200억달러(약 26조원)에 육박한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LG NOVA)는 8월 글로벌 벤처투자사 클리어브룩과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 펀드를 내년 말까지 1억달러(약 133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LG NOVA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혁신 스타트업과 협력하기 위해 설립한 조직이다. 지금까지는 헬스케어, 클린테크, 모빌리티, 커넥티드 홈, 메타버스 등 분야의 스타트업을 선발했다.
AI 사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LG AI연구원은 7월 초거대 AI인 ‘엑사원 2.0’을 공개했다.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사고·학습·판단하는 AI다. LG는 엑사원 2.0을 단계적으로 그룹 계열사에 보급하는 동시에 사업에 접목하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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