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널널합니다. 하는 일에 비해 급여는 나쁘지 않아요."
"급여가 만족스럽습니다. 재택근무가 최근에 사실상 없어진 게 아쉽네요."
'반도체 제국'으로 통하는 인텔은 1989년 한국에 진출했다. 이 회사는 외국계 기업 사이에서도 급여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200명가량이 근무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급여·상여금으로 320억원을 지급했다. 여기에 추가로 40억원어치 자사주를 보너스로 임직원에게 제공했다. 그만큼 이 회사 임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직장인 익명 앱(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도 급여에 만족한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인텔코리아는 지난해 임직원들에게 47억원어치의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을 지급했다. RSU는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해 고성과자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제공하는 제도다. 일종의 성과급이다. 스톡옵션과 달리 직원들은 받은 주식을 즉시 현금화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기업 상당수가 이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한국에서는 한화 두산 등 일부 기업만 도입했다.
인텔코리아는 2013~2022년 누적으로만 임직원에게 396억원어치 RSU를 지급했다. 연간으로 30억~40억원씩 지급 중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말 직원 수는 204명(NICE 집계 기준)에 달했다. 단순 계산으로 직원 1인당 연간 1500만~2000만원어치의 RSU를 받는 셈이다. 인텔코리아는 직원들에게 4년마다 RSU를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급여도 넉넉한 편이다. 지난해 급여·상여금 321억원을 지급했다. 퇴직급여는 무려 128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의 매출(842억원)에서 급여·상여금·퇴직급여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53.3%에 달했다. 삼성전자 등 일반 제조업체의 급여·상여금·퇴직급여 비중이 10% 수준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그만큼 이 회사에 오랜 기간 근속한 직원들 가운데는 '주식 부자'도 적잖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인텔 RSU 수준을 고려하면 보유한 자사주 주식 10억원어치가 넘는 직원들이 적잖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텔코리아는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를 비롯한 주요 제품을 한국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영업활동을 지원한다.
이들이 보유한 자사주 가치 전망도 밝다. 이 회사 주가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번진 2021년 초반에 60달러 중반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내림세를 이어갔지만 올들어 재차 바닥을 찍고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 2분기에 순이익 15억달러(약 2조원)를 기록해 세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한 영향이 컸다. CPU 등 판매가 부진하면서 매출이 줄었지만, 배당금을 줄이고 대규모 감원을 추진하면서 비용을 아낀 결과다.
여기에 인텔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기대도 크다. 이 회사는 반도체 집적도가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을 제시한 고든 무어가 로버트 노이스와 1968년 공동 창업한 회사다. 반도체 제국의 명성은 삼성전자 TSMC 엔비디아 등에 밀려 금이 갔다. 하지만 올들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등 경쟁사와 격전을 앞뒀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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