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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호로위츠(a16z)의 창립 멤버인 스콧 쿠퍼 매니징파트너(사진)는 12일 “한국은 게임산업에서 리더십을 입증했다”며 “a16z가 처음 투자하는 한국 스타트업은 게임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쿠퍼 파트너는 이날 a16z가 국내 첫 공개 행사로 ‘서울 심포지엄’을 연 자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이같이 밝혔다. 유진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힐스프링인베스트먼트가 공동 주최한 행사로, 200여 명의 VC·스타트업 관계자가 참석했다.
2009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a16z는 운용자산이 350억달러(약 46조8000억원)에 이른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는다’는 모토로 미국 기업에 주로 투자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해외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쿠퍼 파트너는 “오늘 당장 한국에 팀을 둘 계획은 없지만 한국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더 잘 이해하고 힐스프링 같은 훌륭한 파트너와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싶어 왔다”고 강조했다.
2000년부터 삼성 등 한국 기업과 일한 경험이 있는 쿠퍼 파트너는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이점이 많은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도의 큰 시장을 가진 게 가장 큰 축복”이라며 “호주, 이스라엘도 훌륭한 스타트업이 많지만, 내수시장이 작아 시작부터 미국과 유럽 진출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상당한 자본과 훌륭한 인재 등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한 모든 구성 요소를 갖추고 있다”며 “미국 동맹국으로서 사업하기에 우호적인 장소”라고 덧붙였다.
쿠퍼 파트너는 이번에 새로운 자기공명영상(MRI) 기술을 구축한 큐바이오(Q Bio), 암 진단기술 기업 이얼리(Earli) 등 a16z가 투자한 기업과 함께 왔다. 그는 “한국과 같은 중요한 시장에 접근하고자 하는 기업의 요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이들은 한국에서 제조 파트너와 고객사를 찾고 있다”고 했다.
a16z가 집중하는 기술 분야로는 인공지능(AI), 웹 3.0, 게임, 바이오헬스를 꼽았다. 쿠퍼 파트너는 “10년 전만 해도 에어비앤비, 깃허브 같은 기업 대상(B2B)이나 소비자(B2C) 기업이 대부분이었다”며 “소프트웨어가 다른 산업 분야에 계속 침투하면서 전통적인 B2BC 기업도 게임, 웹 3.0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역시 진화한 형태의 소프트웨어”라며 “소프트웨어와 생명과학의 교차점, 게임과 웹 3.0의 교차점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 새롭게 집중하는 분야로 ‘국가적 역동성(national dynamism)’을 꼽았다. 정부가 중요한 파트너이자 주요 고객인 회사들이다. 그는 “자율주행 기술 중심의 방위산업체 앤드릴은 미국 정부의 동맹국을 위해 방산 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에너지, 교육도 우리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시작한 분야”라고 소개했다.
글로벌 투자 혹한기에 타이거글로벌, 소프트뱅크 등이 투자를 축소한 것과 달리 a16z는 비교적 활발한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보업체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a16z는 지난 3분기 주요 VC 가운데 최대 투자 건수를 기록했다.
쿠퍼 파트너는 “지금의 투자 침체기는 매우 자연스러운 경기순환 단계일 뿐”이라며 “주식시장은 매크로 변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술 정보의 속도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글=허란 기자/사진=김병언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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