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으로 인한 고통은 미래세대보다 노인에게 더 클 것입니다. 이들이 가진 것을 내놓지 않으면 청년세대를 설득할 수 없습니다.” (김선빈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 10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출산 후 남녀 소득 격차는 거의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양육 부담이 여전히 큽니다.” (한유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제42회 다산경제학상’을 받은 김선빈 교수와 ‘제12회 다산젊은경제학자상’을 받은 한유진 교수는 12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우려를 내놨다. 다산경제학상과 다산젊은경제학자상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을 기리고 경제 연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제정된 국내 최고 권위의 경제학상이다.
저출산 문제의 원인은 젊은 세대가 자녀를 낳을 유인이 없기 때문으로 봤다. 이질적 경제주체 모형을 개발한 김 교수는 “국가 전체의 평균적인 최적 선택과 소득·연령이 상이한 개인의 선택은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며 “2030세대가 아이를 안 낳는 것은 편익과 비용을 계산해 결정한 나름의 최적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국가를 위해 노동력을 공급하라는 식의 저출산 정책은 통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가 제시한 해법은 복지 제도 수혜자인 노인이 일정 부분 양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가 노인들이 가진 것을 내놓게 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
한 교수는 “최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 남녀 간 소득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고 인식되지만 출산 후 남녀 소득 격차는 여전히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난다”며 “출산 후 여성이 과거의 고소득 일자리보다는 급여가 낮더라도 근로시간이 유연한 일자리로 복직하는 것을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육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된다는 점이 출산율이 낮아지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여성이 기존 일자리로 복직하지 못하는 것은 상당한 인적자본 낭비”라고 지적했다. 그간 배우고 쌓아온 경험이 쓸모없어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단절을 최소화하는 것이 노동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최근 인구 문제의 대안으로 꼽히는 이민에 대해서는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의견이 제시됐다. 김 교수는 “내국인과 비슷한 임금을 줘야 하는데 생산성은 우리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인종차별 등 사회적 문제도 클 것”이라고 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키우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에 대해 김 교수는 “해고만 쉬운 방식으로는 곤란하다”며 “해고된 사람이 좋은 일자리를 찾는 것까지 유연해져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실업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높아 노동시장이 왜곡된다는 지적에는 “정책 설계의 실패 사례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실업급여를 낮춰야 하는지, 최저임금을 높여야 하는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옳은 일’이라는 접근법으로는 성공한 정책이 없다”며 저출산 대책을 비롯해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정책을 언급했다. 집값이 하락해야 한다고 강조해도 집값이 올라야 이익인 개인이 많은 상황에서는 소용없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행정기관의 데이터를 결합한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봤다. 예컨대 국세청과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합쳐 소득을 더 정확하게 파악한 연구를 해보자는 것이다. 이런 연구는 증거에 기반한 복지정책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교육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김 교수는 “대학 교육이 사회의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30~40년 전을 기준으로 짜인 학과별 정원이 고정돼 있어 현재의 산업구조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산업화 시대 인재를 키우기 위한 교육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고등 교육의 목표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교수도 “교수사회도 매우 경직적”이라며 “호봉제 등 연봉 구조상 해외 석학을 모셔 오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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