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권고안을 논의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재정계산위원회가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더 늘리는 시나리오를 정부에 제출할 최종보고서에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에 밀려 재정건전성을 위한 ‘더 내고 늦게 받는’ 기존 개혁안이 후퇴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계산위는 13일 열리는 회의에서 현행 40%(2028년 기준)인 소득대체율을 45%나 50%로 높이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이날 회의는 지난달 1일 공청회에서 잠정 연금개혁안을 발표한 재정계산위가 마지막으로 모이는 자리다. 재정계산위가 회의 결과를 토대로 최종보고서를 작성해 복지부에 제출하면, 복지부는 이를 참고한 정부안을 이달 말까지 국회에 내야 한다.
지난달 공청회 때까지만 해도 재정계산위 자문안에는 소득대체율 인상 내용이 빠져 있었다.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소수 의견이라고 표기하자”는 재정안정파와 여기에 반발한 소득보장파가 충돌하며 관련 내용이 제외된 것이다.
그 결과 소득대체율은 현행 40%로 유지하되 보험료율을 12%·15%·18%로 높이고 수급개시연령은 66세·67세·68세로 연기하며 기금운용수익률은 0.5%포인트·1.0%포인트 높이는 가짓수를 조합해 총 18개의 연금개혁 시나리오가 나왔다. 이번 회의에서 소득대체율 인상안 두 개가 추가되면 선택 가능한 개혁안은 54개로 늘어난다.
소득대체율 인상안이 막판에 추가된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더 내고 늦게 받는 기존 개혁안의 역풍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소득보장파가 밀고 있는 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50%, 수급개시연령 65세 시나리오는 연금 예상 고갈 시기가 2060년으로 현행 제도(2055년)보다 5년 늦춰지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재정안정 목표가 훼손될 뿐 아니라 연금 지급액이 늘어나며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꼴이 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재정계산위의 새 권고안을 바탕으로 복지부가 소득대체율 42% 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금개혁을 논의하는 또 다른 축인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지난달 20일 회의에서 하향 조정 중인 소득대체율을 내년 기준 42%(올해 42.5%)에서 동결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한 재정계산위 위원은 “소득대체율 45%와 50% 안은 재정적으로 지속불가능하기 때문에 소득보장파도 42%에서 합의할 명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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