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현행 공매도 제도가 기관·외국인 투자자에 유리하게 설정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4일 올라온 '증권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성 유지를 위한 공매도 제도 개선'에 관한 국민동의 청원이 5만명을 달성했다. 공매도를 개선하라는 청원은 6월과 7월에도 올라왔지만 5만명을 확보하지 못한 채 종료됐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공개일로부터 30일 안에 5만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며, 심사에서 채택되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청원 취지로 청원인은 "증권 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차입 공매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증권시장을 활성화하고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무차입 공매도를 제한하기 위해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공매도 시스템은 수기 관리 중인데, 전산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무차입 공매도란 증시에서 상장 증권에 대해 소유하지 않고 매도하는 행위다. 국내에선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회피 손실액의 3~5배 상당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선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금융당국이 적발한 불법 공매도 174건 중 주의 조치가 56건, 과태료와 과징금 처분이 각각 92건, 26건이었다. 형사 처벌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아울러 청원인은 기관·외국인의 차입 공매도 상환기간도 개인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공매도 제도는 개인에게는 3개월의 상환 기간이 설정되어 있지만,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상환 기간의 제한이 없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8일 만에 5만명이 모였다는 것은 그만큼 현행 공매도 제도에 불만을 가진 투자자가 많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개인이 기관·외국인 투자자와 동등한 조건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공매도 제도가 필히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질의가 쏟아졌다. 당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공매도 전산화가 곧 개인 투자자 보호책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실시간으로 (공매도를) 전산화하려면 공매도 거래 시스템과 증권거래소 시스템을 연결해야 한다"며 "그 전에 대차 거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주식 배당이나 옵션 지급 등 목적이 (각각) 다른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며 "기술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불법 공매도에 대해선 "(적발 시) 강력한 제재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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