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적 '호구' 된 실업급여…제대로 손볼 때 됐다

입력 2023-10-13 17:40  

지난해 외국인 실업급여 수급자가 1만2107명으로 2018년의 6624명 대비 83%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반복적으로 타가는 사례가 급증했다.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한 외국인은 두 배, 지급액은 3배가량 늘었다. 국내 근로자 실업급여 수급 증가율을 훌쩍 뛰어넘는다. ‘실업급여가 국제적으로 호구 잡혔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14년간 14회를 받았다는 외국인 근로자 사례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7~8개월 잘 다니다가 갑자기 회사에서 쫓겨나는 상황이 14년간 반복돼야 가능하다. 매번 몇 달씩 구직 활동을 하다가 실업급여를 다 받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취업했다. 부정 수급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그런데도 한 번도 걸리지 않고 총 4500만원을 받아 갔다.

특히 중국 동포와 중국인 근로자의 실업급여 빼먹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외국인 수급자 중 이들이 77%를 차지했다. 지난 5년간 1900억원의 고용보험료를 납부하고 761억원 많은 2661억원을 타갔다. 중국인들은 서로 실업급여 활용 노하우를 긴밀하게 공유한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비자발적 실업이 되고, 실업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비기’를 서로 전수한다. “관두기 전 3개월간 집중적으로 일해서 평균임금 수준을 높여놔야 한다”는 식의 조언도 주고받는다. 우리나라의 대표 복지정책이 이렇게 농락당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실업급여 지급액을 높이고 수급 기간을 늘려 ‘퍼주기’ 논란을 더 부추겼다. 실업급여 하한액도 올려놨다. 하루 하한액(8시간 기준)이 월 188만원에 이른다. 실수령액이 최저임금보다 높은 사례도 속출한다. 이 정도면 굳이 한 곳에서 오래 일할 이유가 없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실업급여 제도를 대수술해야 한다. ‘백수 생활’에 안주하지 않도록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는 게 첫 번째다. 수급 자격과 실업 인정 요건을 까다롭게 바꾸고, 허위 구직활동과 부정 수급에 대한 관리 감독도 강화해야 한다. 이참에 고용보험기금의 지출 전반을 들여다보고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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