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6일 14:5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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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상장 기업의 전환사채(CB)와 전환상환우선주(RCPS)가 보통주로 전환돼 시장에 대량 출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가 상승하자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잇달아 투자금 회수에 나서면서다. 공모주 투자자들은 지분 희석에 따른 손실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예비상장사의 미전환 CB, 리스크로 부상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2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유진테크놀로지는 코스닥 상장을 위해 오는 17일까지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23~24일에는 일반청약을 받는다.희망공모가는 1만2800~1만4500원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801억~908억원이다. NH투자증권이 주관사다.
통상 대다수 IPO 기업이 상장 전 기발행한 CB 및 RCPS 등 자본으로 전환될 수 있는 주식관련사채(메자닌)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과 달리 유진테크놀로지엔 미전환 CB가 남았다.
유진테크놀로지는 하베스트에쿼티파트너스를 대상으로 2019년 50억원 규모 CB를 발행했다. 발행일부터 보통주 전환이 가능한 조건이 걸렸으며 전환가격은 7500원이다.
희망 범위 하단(1만2800원)보다 전환가격이 낮은 만큼 해당 CB는 상장 직후 보통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보통주 전환으로 발행될 수 있는 상장 주식 수는 총 66만6666주로 상장 예정 주식 수의 10.65%다.
증권신고서상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은 38.33%(약 240만주)로 공시됐지만, 해당 미전환 CB까지 감안하면 44.3%(약 307만주)로 높아질 수 있다. 미전환 CB로 인한 착시인 셈이다.
한국거래소는 IPO 기업이 보유한 CB나 전환상환우선주(RCPS) 등 자본으로 전환될 수 있는 사채는 통상 거래소 예심 청구를 전후해 보통주로 전환하도록 권고한다.
메자닌의 경우 전환권 행사 여부에 따라 자본에 변화가 생기는 만큼 상장 이후 자본 변동을 최소화하고 투자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보통주 전환에 따른 자본확충 효과를 통해 예비 상장사의 재무체력을 높일 수 있다.
만약 CB 등 투자자가 보통주 전환을 원하지 않으면 상장 이후 일정 기간 CB를 미전환하겠단 확약서를 요구하기도 한다.
대형 증권사 IPO 본부장은 “해외의 경우 철저한 공시주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미전환 CB 및 RCPS 등이 있다는 점만 공시하면 투자자가 알아서 파악하는 구조”라며 “반면 국내에선 규제주의적 성격이 남아있어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한국거래소가 좀 더 적극적으로 IPO 기업과 주관사, 재무적투자자를 대상으로 권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B 물량 폭탄에 주가 10% 이상 급락
하지만 거래소 권고에는 별도의 구속력은 없어 기존 재무적투자자가 거부하면 강제할 수는 없다. 증시 입성까지 CB를 보통주로 미전환하다 상장 이후 전환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이유다.지난 7월 14일 상장한 필에너지는 상장 첫날 160억원(약 120만주) 규모 CB가 주식으로 전환된다고 공시했다. 당시 발행주식총수(940만4412주)의 12.8%에 달하는 물량이었다. 해당 물량 가운데 7월 약 22만주가 바로 유통됐고, 8~9월 35만주로 추가로 시장에 풀렸다.
6월 상장한 큐라티스 역시 마찬가지다. 상장 당일 전환우선주 약 204만주가 보통주 875만주로 전환됐다. 미전환 CB 173억원어치 가운데 83억원어치가 상장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보통주 약 296만주로 전환 청구됐다. 상장 이후 전환된 보통주는 총 1171만주로 상장주식 수(약 2688만주)의 44%에 달하는 규모다.
필에너지와 큐라티스 모두 전환권 청구가 공시된 직후 지분 희석 및 오버행(대규모 매출 출회)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주가가 각각 10% 이상 하락했다.
재무적투자자 대부분은 공모 절차에 앞서 보통주로 전환했다가 상장에 실패하면 추후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진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확정 공모가 또는 상장 이후 주가가 원하는 수준에 형성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이자와 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을 미리 포기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회사는 자본 확충 효과를 거두고 재무적투자자들은 리스크 없이 투자금 회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상장 직후 별도 보호예수 없이 대규모 물량이 나오는 만큼 이를 인지하지 못하면 공모주 투자자의 경우 손실을 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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