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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교신도시에 3년 전 들어선 갤러리아백화점은 외벽(파사드)에 돌출된 유리 구조물(사진)로 눈길을 끈다. 네덜란드 건축설계사무소 OMA가 보석이 박힌 듯한 형상을 디자인한 작품이다. 그러나 시공을 맡은 한화건설은 준공 일정을 맞추지 못할 뻔했다. 설계안이 요구한 파사드의 각 꼭짓점에서 여러 각도로 불규칙하게 뻗어나가는 ‘비정형 노드(node)’를 구현할 공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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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설립된 삼영기계는 주조 기반 엔진 부품 전문회사다. 뜨거운 쇳물을 부어 피스톤, 실린더 헤드, 실린더 라이너, 엔진 블록 등을 제조한다. 철도나 선박 엔진, 발전소 등에 쓰이는 중속(400~1000rpm) 엔진에 특화돼 있다. 삼영기계는 1980년대 이 같은 엔진 부품을 처음으로 국산화했다. 중속 엔진 피스톤 분야에선 세계 3대 기업으로 꼽힌다.
삼영기계가 3D 프린팅 기술 개발에 나선 건 삼성전자에 근무하던 한 사장이 2세 경영자로 회사에 합류하면서다. ‘100년 기업을 만들고 싶다’던 부친 한금태 회장을 돕기 위해 들어왔지만, 회사의 사정은 막막했다. 근로자들과의 간담회에선 “주조 공장을 몇 년이나 더 할 수 있느냐”는 날 선 질문이 날아왔다.
중국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미봉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주조 공정의 노하우가 노출돼 결국 경쟁력을 잃을 것’으로 봐서다. 고심 끝에 한 사장은 3D 프린팅 기술에서 해법을 찾았다. 쇳물을 부어 주물을 만들 때 쓰이는 모래 거푸집을 3D 프린팅으로 대체하는 방식이었다. 2014년부터 연구에 들어가 2020년 ‘바인더 젯팅 샌드 3D 프린터’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삼영기계는 3D 프린터를 통해 현장 수작업의 40~60% 절감 효과를 거뒀다. 시제품 제작 기간도 대폭 단축했다. 한 사장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뿌리기업이 지속 가능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디지털 전환”이라고 덧붙였다. 한 사장은 뿌리산업 발전 공로를 인정받아 이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는다.
삼영기계의 올해 매출 목표는 작년 대비 70% 증가한 340억원 선. 원래 연매출 550억원대 회사였으나 수년 전 조선업 불황, 국내 대기업과의 기술 탈취 분쟁 등을 겪으면서 급감했다. 법적 소송이 마무리된 만큼 매출이 다시 증가할 전망이다.
공주=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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