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지상전을 준비 중인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 시도에는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하마스와 극단적인 분파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이스라엘이 다시 들어가서 하마스와 극단주의자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국가로 가는 길을 마련해야 하고 그러려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현시점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큰 실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물음에는 “이스라엘은 집단학살 같은 야만적 행위를 저지른 집단을 쫓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대응해 하마스를 내쫓아야 한다”고 답했다.
미군 파병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새로운 중동 전쟁에 미군 파병을 예상하느냐’고 진행자가 묻자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은 최고의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스라엘이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향해서는 “이스라엘 국경을 넘지 말고 전쟁을 확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이스라엘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동시에 감당하면서 국제적 방어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16일 미국 콜로라도주를 방문하려던 일정을 취소하면서 이스라엘 방문을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스라엘 언론은 18일 방문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한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 통행로’ 앞에는 16일 가자지구를 빠져나가려는 민간인이 몰렸다. 이날 미국·이스라엘·이집트가 외국인이 가자지구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라파 국경 통행로를 일시 개방한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현지시간으로 오후 4시까지 이스라엘은 개방에 동의하지 않았다.
우선 이스라엘의 하마스 격퇴 작전에 힘을 실어주려 했다. 하마스와 극단적인 분파들이 팔레스타인인을 대표하지 않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마스 대원과 민간인이 뒤섞여 완전히 점령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할뿐더러 설사 점령한다고 해도 이스라엘이 입을 피해가 너무 크다고 판단해서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세력을 내쫓은 뒤 팔레스타인의 지지를 받는 자치정부를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무엇보다 확전 방지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에 대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파병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나섰다.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이스라엘 국경을 넘지 말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역사상 가장 강력한 미국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미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을 비롯해 중동에서 긴박한 외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2일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뒤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잇따라 방문했다. 15일 이집트를 거쳐 16일 다시 이스라엘을 찾는다.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지상작전을 펴는 과정에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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