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 사이에선 갑자기 늘어난 무선 데이터 수요가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늘어난 통신망 관리 비용을 콘텐츠 사업자(CP)에 물리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압박 탓에 소비자에게 통신비를 더 받기도 힘든 상황이다.
스마트폰으로 쓰는 무선 데이터 사용량은 5월 100만2307TB를 나타낸 데 이어 4개월 연속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80만~90만TB대에서 올랐다 내렸다 들쭉날쭉했던 흐름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가입자 한 명당 이동통신 무선 데이터 월 사용량 역시 8월 1.67GB(기가바이트)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전(1.33GB)보다 약 25.6% 증가했다.
이 통계엔 각 가정에서 무선 공유기를 통해 와이파이로 접속하는 데이터 사용량은 빠져 있다. 와이파이 이용까지 합치면 전체 데이터 사용량은 훨씬 많은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특히 ‘유튜브’를 앞세운 구글이 국내 무선 데이터 사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과기정통부가 올해 국정감사 때 제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무선 데이터 사용량의 28.6%는 구글에서 나왔다. 넷플릭스는 5.5%,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대표 플랫폼인 메타는 4.3%였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1.7%, 1.1%에 그쳤다.
업계에선 망 사용 대가를 둘러싼 통신사와 CP의 갈등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화질 동영상을 원하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소송을 멈추는 등 통신사와 CP가 ‘휴전’ 상태에 들어갔다”면서도 “망 관리 비용이 더 늘면 통신사들이 망 사용 대가를 추가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망 사용 대가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리사 퍼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 사무총장은 지난달 방한 때 “통신망에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빅테크가 적정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 생태계 불균형이 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