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전처와 자녀들을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전처인 B씨와 2017년 11월 이혼했다.
이후 B씨는 혼자서 자녀들을 양육해오다 2021년 3월 A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하고 A씨를 상대로 접근금지명령을 신청했다. 그럼에도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B씨 집을 여섯 차례 찾아가 자녀들을 기다리거나 문을 열어달라고 소리치는 등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는 스토킹 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특정 행위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법원은 스토킹 범죄의 성립을 판단하기 위해 가해자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느꼈는지를 따졌다.
1심 재판부는 A씨 행위가 피해자에게 불안감과 공포감을 일으켰다고 보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2심도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공소장 변경으로 형량은 징역 10개월로 줄었다.
대법원도 A씨의 유죄를 인정해 원심 형량을 확정했다. 구체적인 판단은 하급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스토킹 범죄를 침해범이 아니라 위험범으로 판단했다.
침해범은 생명, 재물의 소유권 등 보호법익을 현실적으로 침해하는 범죄로 살인 및 상해 등이 해당한다. 위험범은 협박이나 업무방해 등과 같이 보호법익에 대한 위험을 야기하는 것만으로 성립되는 범죄를 말한다.
대법원은 “스토킹 범죄는 상대방의 의사결정 자유 및 생활 형성 자유와 평온이라는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위험범”이라며 “객관적·일반적으로 볼 때 상대방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라고 평가된다면 범죄가 성립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비교적 경미한 수준의 개별 행위더라도 누적·포괄적으로 평가해 스토킹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첫 사안”이라며 “스토킹 범죄 피해자를 더 두텁게 보호할 수 있게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