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차전지 핵심 원료인 흑연 수출을 규제한다는 소식에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등 2차전지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흑연 수입을 중국에 90% 이상 의존하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엔 비상이 걸렸다.
증권가에선 이전부터 원재료의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한국 2차전지 밸류체인의 ‘약한 고리’로 지적해왔다. 중국이 자원 무기화에 본격 나서면서 다른 품목으로 전선을 확대할 경우 양극재 업체들 뿐 아니라 배터리 셀, 완성차 업체들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상무부가 이날 ‘흑연 물품 임시 수출 통제조치 최적화 조정에 관한 공고’를 발표하고 오는 12월 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
수출 통제 대상은 △순도 99.9% 초과 고순도 △인장강도 30Mpa 초과 고강도 △밀도가 1제곱미터 당 1.73g을 초과하는 고밀도 △인조 흑연재와 그 제품 등 9개 품목이다.
상무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그동안 임시로 통제됐던 구상 흑연 등 흑연 3개 품목에 대해 군수용으로 전환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통제 리스트에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흑연은 대부분 2차전지 음극재를 제조하는 데 사용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인조흑연 수입의 93.7%가 중국산이었다.
국내 기업 중엔 유일하게 포스코퓨처엠이 흑연계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가 생산한 음극재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셀 업체에 납품된다.
흑연계 음극재 생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회사는 포스코퓨처엠 뿐이지만, 전 세계 광물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이 미·중 갈등 속에 자원 무기화에 나서면서 다른 품목까지 규제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에 양극재와 배터리셀 업체들까지 흔들렸다.
원재료의 과도한 중국 의존도는 그동안 한국 2차전지 밸류체인의 ‘아킬레스건’이란 지적이 많았다.
2차전지용 양극재의 핵심소재인 전구체도 중국 의존도가 높다. 국내 2차전지 주력인 NCM(니켈·코발트·망간) 계열 및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계열 배터리 기준으로 전구체의 중국산 수입 의존도는 올해 1~7월 96.6%에 달했다.
당장 중국에서 핵심소재 공급이 끊기면 배터리산업 생태계 전체가 한꺼번에 붕괴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에 제조에는 일반 흑연이 아닌 고순도 흑연이 필수다. 배터리에는 리튬이온을 저장·방출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음극재가 필요한데, 안정성이 높고 가격이 저렴한 흑연이 최적의 소재로 꼽힌다.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BMI)에 따르면 세계 흑연의 61%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흑연을 포함한 배터리 음극재용 최종 가공재는 98%가 중국산이다.
포스코퓨처엠이 인조흑연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양산화에 나서 중국산과 가격 경쟁을 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선 중국의 이번 조치의 영향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의 반도체 기술 통제에 중국이 자원 무기화로 맞서고 있어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 둔화, 중국의 배터리 과잉 생산, 실적 부진 등 단기에 풀 수 없는 외부변수까지 겹쳐 당분간 2차전지주의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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