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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를 통해 의도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전달 경로상 시장금리와의 체계가 잘 잡혀 있어야 한다. 이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장금리가 더 오르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중앙은행 총재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 ‘수수께끼’ 현상으로 여기기도 한다.
수수께끼 현상의 후폭풍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2004년 이후 금리 인상 시기로 되돌아가면 쉽게 알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신경제 신화로 누적돼온 부동산 거품을 잡기 위해 앨런 그린스펀 당시 Fed 의장이 기준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중국이 보유 외화를 활용해 미국의 국채를 매입하자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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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 수수께끼 결과는 참담했다. 잡으려고 한 부동산 거품이 더 커져 2008년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빌미가 됐다.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를 맞아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은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제로(0) 수준으로 낮추고 ‘헬리콥터 벤’으로 상징되는 양적완화(QE)를 동원했다.
수술이 잘됐다고 하더라도 중환자가 완치하기 위해서는 수술 후 과정이 중요하듯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은 출구전략을 잘 추진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버냉키 의장과 함께 통화정책 실무를 담당한 재닛 옐런 부의장은 마치 예술(art)처럼 일몰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양적긴축(QT) 순으로 풀린 통화를 수습한 이후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기준금리 정상화를 채 마무리하기 전에 ‘코로나19’라는 디스토피아 사태를 맞은 Fed는 금융위기 이후 추진한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그대로 답습했다. 오히려 통화 공급은 재정 면에서 코로나 지원금까지 겹쳐 금융위기 때보다 더 늘어났다. 이 때문에 이번 출구전략은 더 선제적으로 더 세밀하게 추진했어야 후폭풍을 막을 수 있었다.
그랜저 심즈 인과관계 방법으로 검증하면 미국의 통화정책 시차는 1년 내외로 추정된다. 코로나 대책을 추진한 이후 정확하게 1년이 되는 때인 2021년 4월 소비자물가가 급등하자 그 이전부터 대책에 나섰어야 할 Fed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시적’이라고 판단하고 ‘평균물가목표제’까지 동원해 물가 상승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뒤늦게 당황한 Fed는 금융위기 때보다 더 세심해야 할 출구전략 과정을 압축해 기준금리 인상과 QT를 한꺼번에 단행했다. 이것도 부족해 파월 의장과 Fed 인사들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매파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Fed 역사상 가장 급진적이고 가장 강한 긴축정책으로 평가된다.
그 후폭풍은 통화정책 시차상 1년이 되는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이후 지금까지 Fed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지만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무려 3배에 가까운 1.4%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파월 의장조차 곤혹스러워하는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는 보이지 않는 금리인 데 비해 시장금리는 보이는 금리다. 국민 입장에서는 전자보다 후자가 더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지난 20년 이상 저물가·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국가와 개별 국가 내 경제주체 가릴 것 없이 빚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린스펀 수수께끼 현상 이후 금융위기가 발생했듯이 파월 수수께끼 현상으로 어떤 위기가 닥칠 것인지 전 세계인이 불안에 떨고 있다.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수익률 곡선 통제(YCC) 등을 통해 시장금리가 과도하게 올라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는 ‘피벗(pivot)’ 대책이 나와야 한다.
한국은 그 어느 국가보다 파월 수수께끼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빚까지 많은 나라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동결해 놓고 매파 발언을 반복하는 모호한 입장을 여섯 차례나 반복하고 있다. 최근처럼 심리와 네트워킹 효과가 큰 시대에는 기준금리 변경보다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이 더 중요하다. 확실하게 피벗 의지를 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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