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군이 22일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남쪽으로 이동하지 않는 현지인을 테러범 공범으로 간주한다”며 새로운 경고를 보내고,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의 이슬람 사원을 공격하는 등 공습 확대에 나섰다.
미국이 하마스에 억류된 자국민 인질 때문에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 연기를 바란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이스라엘의 대응 수위는 점점 강해지는 양상이다. 미국은 확전에 대비해 중동 지역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및 병력 증파를 결정했다.

또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슬라믹지하드(PIJ) 대원들을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서안지구의 이슬람 사원을 공격했다.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 전쟁은 이스라엘에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침공 연기를 권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이스라엘 사람들과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인 인질의 생존 문제와 확전 가능성 때문에 미국이 이스라엘의 지상전 계획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마스는 지난 20일 처음으로 억류한 인질 가운데 미국인 모녀 2명을 풀어줬다. 이어 하마스는 21일 “인질을 추가로 석방하려고 했지만 이스라엘이 인도받기를 거부했다”고 주장했고, 이스라엘은 거짓 선전전이라고 반박했다. 하마스가 잡은 인질은 총 212명으로 추정되며, 가자지구 내 미로와 같은 구조의 지하터널 ‘가자 메트로’에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17일 수백 명의 희생자를 낳은 가자지구 병원 폭발 사고가 이스라엘을 향해 쏜 로켓이 잘못 떨어져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확전의 ‘키’를 쥔 이란과 관련 무장단체도 압박 수위를 높였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2인자 셰이크 나임 카셈은 21일 “헤즈볼라는 이미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이날 후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과 그 대리인(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학살을 멈추지 않는다면 언제 어떤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인다면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반격으로 레바논에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이날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주요 공항 다마스쿠스와 알레포국제공항을 폭격했다.
22일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전달할 구호품을 실은 트럭 17대가 이집트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과했다. AFP는 연료를 실은 트럭도 진입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이 전면 봉쇄했던 가자지구에는 전날인 21일 처음으로 구호 트럭 20대가 들어갔다.
김리안/노유정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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