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3일 15:3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던 서울보증보험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철회했다. 이번 IPO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공적자금 회수에 나서려던 예금보험공사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서울보증보험은 23일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회사 측은 “시장 여건 및 공모 일정 등 제반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잔여 공모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최대 3조6167억원이란 기업가치에 도전하는 IPO이자 13년 만의 공기업 상장이란 점에서 이목이 쏠렸던 곳이다. 올해 ‘조단위’ 기업 가운데 수요예측에 실패해 공모를 철회한 기업은 서울보증보험이 처음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앞서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기관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희망 공모가 하단에서도 필요한 모집금액을 모으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100% 구주 매출로 구성된 공모 구조와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에 대한 우려, 과도한 기업가치 등이 수요예측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수요예측 기간에 미국 국채금리가 5%를 넘는 등 시중금리가 상승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해외 기관투자가 투자 심리가 위축된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이 무산되면서 예금보험공사의 공적 자금 회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서울보증보험의 최대주주는 94%의 지분을 보유한 예금보험공사다.
예금보험공사는 그간 서울보증보험에 투입한 10조2500억원의 공적자금 중 절반 수준인 5조9017억원을 아직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공적자금 관련 기금의 청산 시점은 오는 2027년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번 IPO를 통해 구주매출로 지분 10%를 매각한 뒤 상장 후 2~3년에 걸쳐 소수지분을 매각해 최대 지분 33.85%를 처분하려 했다. 이후 경영권 지분 50%+1주를 새 주인에게 넘긴단 계획이었다.
이날 상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의에서는 빠른 공적자금 회수도 중요하지만, 헐값 지분 매각은 안 된다고 결론 내리고 상장 추진 시기를 뒤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IPO 최대어 후보로 꼽히던 서울보증보험이 철회를 선택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올해 마지막 대형 IPO 후보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로 쏠릴 전망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공모가 확정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희망 공모가는 3만6200~4만4000원이다. 최근 이차전지 관련주 주가 하락세를 반영해 희망 범위 상단을 약 4% 하향 조정했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총은 2조5746억~3조1294억원이다.
당초 올해 주식 시장에서 이차전지 열풍이 불며 IPO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연말을 앞두고 주식 시장의 투자 열기가 주춤한 데다 서울보증보험 철회로 변수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은 공기업이란 점과 최대주주의 자금 회수에 초점에 맞춰진 특수한 사례”라면서도 “미국 국채금리 인상으로 해외 기관투자가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만큼 후속 대형 IPO도 흥행을 점치긴 어렵다”고 말했다.
최석철/배정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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