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요한 위원장 "희생할 각오 돼 있어야", 여당에 가장 절실한 말

입력 2023-10-23 17:55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특별귀화 1호’인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임명됐다. 인 위원장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위기에 빠진 국민의힘 쇄신 작업을 이끈다. 국민의힘의 내년 총선 승리는 혁신위가 얼마나 든든한 쇄신 주춧돌을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그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인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기대를 가질 만하다. 그가 “전라도를 무척 사랑한다”고 할 정도로 호남 출신 자부심이 강한 것은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 통합에 기여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동안 여야에 몸담지 않아 정치권에 빚이 없다. 계파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획기적인 혁신안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는 뜻이다. 인 위원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희생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고,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대대적 쇄신을 예고했는데, 지금 국민의힘에 가장 절실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 이후 정권을 성공시키겠다는 전투력, 절박함, 정책적 역량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보여준 게 없다. 여소야대의 불리한 정치지형에도 불구하고 계파 싸움 하느라 허송세월했고, 이재명 사법 리스크 반사이익에나 기대는 ‘웰빙 정당’에 다름 아니었다. 인 위원장은 이런 당을 바닥부터 바꾸기 위해 국민이 감동과 충격을 받을 만한 정도의 쇄신책을 내놔야 한다. 그러기 위해 영남당 기득권을 깨고 참신한 인재의 정치 입문 통로를 넓혀주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그간 정치권에서 여러 차례 쇄신책으로 등장한 ‘동일 지역구 4연임 금지 원칙’도 고려해봄 직하다. 국민의힘이 지난 두 차례 총선에서 연패한 게 계파 간 공천 다툼이 악재가 됐다는 것을 반면교사 삼아 공정한 공천 잣대를 만들 필요도 있다.

혁신위가 아무리 좋은 쇄신안을 제시해도 실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김기현 대표는 전권을 가진 혁신위와 자율, 독립을 약속했는데 빈말이 아니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하면 식물정권이 될 수 있다. 여당이 이런 악몽을 바라지 않는다면 혁신위뿐만 아니라 당 전체가 ‘자기’를 내려놓고 사즉생 각오로 쇄신을 성공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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