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장까지 둘러본 두 사람은 두 달 뒤 이번엔 현대차그룹의 핵심 연구개발(R&D) 기지인 경기 화성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또 한 번 만났다. 두 그룹이 본격적인 ‘미래차 파트너’로서 협업할 가능성을 굳힌 것이다. 이후 현대차는 자사 차량에 삼성의 인포테인먼트용 반도체와 카메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을 잇따라 장착하기로 했다. 23일엔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 배터리도 삼성SDI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다.
재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과거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이어져온 두 그룹 간 견제심리는 3세 경영 체제로 들어서면서 대부분 사라졌다”며 “전장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삼성과 전기차 글로벌 리더로 성장한 현대차가 협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삼성SDI는 P6를 헝가리 괴드 공장에서 생산해 현대차 유럽 현지 공장에 납품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체코와 튀르키예에 공장을 두고 있다. 폭스바겐 BMW 포르쉐 등 유럽 완성차 고객사에 대응해 헝가리 공장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온 삼성SDI는 현대차 물량 생산을 위해 추가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현대차는 ‘배터리 다변화’에 한창이다. 이제까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파우치형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주로 채용해온 현대차는 중국 CATL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이어 이번 계약으로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까지 확보하게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셀 폼팩터(형태)를 다양화해 차종별, 지역별 차별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와의 협업을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향후 추가 협력 가능성도 열어놨다. 차세대 기술 개발은 물론 미래 합작투자 기회도 예상된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현대차와 전략적 협력의 첫 발을 내디뎠다”며 “현대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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