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2026년부터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전기차에 들어갈 각형 배터리를 공급한다. ‘삼성표’ 전기차 배터리가 현대차에 탑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이 차량용 반도체에 이어 전기차의 심장 격인 배터리까지 현대차에 납품하면서 두 그룹의 ‘전차(電車) 동맹’이 한층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삼성SDI는 2026년부터 7년간 현대차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이번에 수주한 배터리는 현대차가 유럽에서 생산해 출시할 차세대 전기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급 물량은 7년간 약 35~40GWh로, 전기차 약 50만 대 분량으로 알려졌다. 액수로는 4조~5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과 현대차가 선대회장 시절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고 완전한 ‘미래차 파트너’로 거듭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재계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두 그룹은 1994년 삼성의 자동차사업 진출로 관계가 사실상 단절됐다가 2020년을 전후해 ‘해빙 무드’로 접어들었다. 특히 2020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전격 회동하면서 두 회사의 협력을 예고했다.
삼성SDI는 차세대 주력 제품인 P6 각형 배터리를 현대차에 공급할 계획이다. P6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의 니켈 비중을 기존 88%에서 91%로 더 높이고 음극재에 독자적인 실리콘 소재를 적용해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한 제품이다. 동일한 부피와 무게로 더 긴 주행거리를 낼 수 있다. 삼성SDI는 현대차에 공급할 물량을 원활하게 생산하기 위해 헝가리 괴드공장 추가 증설을 검토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으로부터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받아 온 현대차는 삼성SDI와 손잡으면서 공급망은 물론 배터리 폼팩터(형태) 다변화가 가능해졌다. 현대차는 올해 코나에 처음 각형 배터리를 적용하며 폼팩터 확대에 나섰다. 두 회사는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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