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 청년 클라우스 메켈레가 지난해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의 차기 수석지휘자로 임명됐을 때 세계 클래식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륜이 쌓여야만 잡을 수 있다”던 세계 3대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신예에게 넘긴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켈레의 실력과 잠재력을 아는 사람들은 RCO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수순’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메켈레는 2020년 노르웨이 명문악단인 오슬로필하모닉 수석지휘자 자리에 올랐고 이듬해엔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 됐다. 지난해부턴 RCO의 예술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핀란드 출신의 ‘클래식계 아이돌’인 그가 처음 한국 땅을 밟는다. 오는 28일과 30일 오슬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이끌기 위해서다. 메켈레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휘자는 작곡가를 대신해 그의 음악을 현실로 갖고 오는, 작곡가를 위한 일꾼”이라며 “그래서 지휘자는 철저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메켈레가 본격적으로 지휘 공부를 시작한 건 12세 때부터다. 시벨리우스음악원 예비학교에 입학해 거장 요르마 파눌라에게 배웠다. 파눌라는 에사 페카 살로넨, 사카리 오라모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을 길러낸 인물이다.
메켈레는 이번 공연에서 ‘올 시벨리우스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28일 경기 고양아람누리에서는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을, 3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시벨리우스 ‘투오넬라의 백조’와 교향곡 5번을 들려준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재닌 얀센 협연)은 두 공연 모두에서 연주된다.
“시벨리우스 교향곡은 오슬로필하모닉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이에요. 100여 년 전 시벨리우스가 직접 오슬로필하모닉을 여러 차례 지휘한 덕분에 오케스트라 음색에 그가 담겨 있죠. 교향곡 2번과 5번은 시벨리우스의 로맨틱함과 어두움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젊은 실력자답게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오슬로필하모닉은 강한 오케스트라입니다. 모든 파트가 깊으면서 강한 소리를 갖고 있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사운드를 낼 줄 알죠. 음악가에게 많은 말이 필요할까요. 우리 연주를 들으면 곧바로 인정하게 될 걸요.”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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