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맹국들끼리 (보조금 경쟁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지 않도록 협력하는 체제를 만들 것”이라며 “새로운 협의체 창설을 목표로 연내 미국과 일본, EU 정부가 실무회의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일 경제정책협의위원회(‘경제판 2+2’)와 일·EU 고위급 경제대화를 활용해 논의를 진전시키는 게 일본 정부의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 EU는 먼저 각국이 도입을 검토 중인 보조금에 대한 정보를 교환할 계획이다. 전기차 보조금 외에도 탈석탄화 실현을 위한 투자와 경제안보상 중요한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지원책 등이 모두 포함된다.
유럽의 시장조사업체 글로벌트레이드얼러트(GTA)에 따르면 2023년 5월 현재 주요 7개국(G7)과 중국이 자국 기업에 지급한 보조금 건수는 총 5만2000건으로 20년 새 2.5배 늘었다. GTA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에 비해 보조금 지원 사례가 60%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보조금의 영향을 받는 무역의 비율(금액 기준)도 2013년 30%대에서 현재 50%대로 높아졌다.
보조금을 가장 많이 지급한 나라는 중국과 미국으로 각각 5000건과 4000건을 넘었다. 나머지 G7 국가들은 이탈리아를 제외하면 1000건을 밑돌았다.
미국은 2022년 8월 시행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 등에 3690억달러(약 498조원)를 지원한다. 프랑스는 차량 제조와 수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전기차 보조금의 요건으로 지정했다. 사실상 중국산 전기차를 배제하기 위한 정책으로 분석된다. 이탈리아도 프랑스와 비슷한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반도체 보조금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자국에 유치하는 데 500억달러를 지원한다. 중국과 EU도 각각 100조원과 60조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일본이 반도체·전기차 분야에서 보조금 지급에 관한 국제 공통 기준 마련을 추진키로 한 것은 보호무역주의가 거세져 글로벌 무역이 둔화하면 경제도 부진에 빠지는 경향이 있어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무역의 감소가 본격화하면 전 세계인의 1인당 실질 소득이 1~2%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은 “각국 정권이 바뀌어도 제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미·일·EU가 공유하는 범위에서 보조금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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