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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기조 속에서 주가가 60% 가까이 급등한 미국 바이오주가 있다.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는 일라이 릴리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정식 허가를 앞둔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임상 3상에서 시험자들의 체중을 평균 29㎏ 감량시켰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다. 시장에선 비만 치료제가 새로운 제약 분야로 떠오른 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일라이 릴리는 주당 568.10달러에 거래됐다. 올 들어 주가가 57.1% 급등했다. 이 기간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1.09% 하락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시장에서 일라이 릴리가 주목을 받는 것 마운자로 때문이다. 이 약물은 주 1회 다이어트 주사다. 미국과 유럽연합, 캐나다 등에서 2형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받았으며, 현재 미 FDA에 비만 치료제로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마운자로의 주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는 위고비의 세마글루타이드처럼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호르몬을 흉내 낸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뇌가 배부르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일라이릴리는 지난 14~17일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비만학회 '비만위크 2023'에서 마운자로의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했다. 임상에 참여한 실험자들이 1년6개월(84주)간 마운자로를 복용했더니 체중이 평균 29.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임상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 10월15일자에도 실렸다. 이번 마운자로 임상 결과는 지금까지 개발된 비만약 가운데 효과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삭스는 비만 치료제 시장이 오는 2030년까지 1000억 달러(약 136조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봤다. 씨티그룹도 2035년까지 비만치료제 판매 증가 추정치를 애초 550억달러에서 710억 달러(96조원)로 높였다. 이는 매주 주사를 맞는 환자의 수가 비의료 비만 환자 인구의 10% 미만이 될 것이라고 가정한 수치다.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매출도 급상승세다. 이 약물의 올해 2분기 매출은 9억7970만 달러(1조3300억원)로 이전 분기보다 72.3% 상승했다. 증권가와 업계의 추정 매출(7억4300만 달러)을 크게 상회한 것이다. 마운자로의 매출은 비만적응증 획득 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기준 일라이 릴리의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90배다. 글로번제약 업종 평균 PER 23.6배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334억~339억 달러로 봤다. 이는 작년 매출액(285억 달러)보다 최대 19%가량 급증한 것이다. 마운자로는 당뇨 치료제 외에도 비만 치료 목적으로 처방이 늘어나고 있다.
향후 관건은 비만 치료제의 보험 적용 여부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비만 치료제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라 다수의 대형 플레이어가 나와서 건강보험 환급이나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시장이 확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건강보험에서 콜레스테롤이나 혈압 치료제처럼 건강보험 환급 대상 약품으로 의무화될 가능성도 높아 이 약물에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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