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외국인투자자 대량 매도 속에 10개월 만에 2300선이 붕괴됐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다시 연 5%에 다가선 가운데 중동 전쟁 확산 우려, 국내 반도체·2차전지 실적에 대한 실망 등 대내외 악재가 쏟아진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해 국내 증시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26일 코스피지수는 64.09포인트(2.71%) 급락한 2299.08에 마감했다. 올해 최대 낙폭이다. 코스피지수가 2300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올해 1월 6일(2289.97) 후 10개월 만이다. 코스닥지수도 26.99포인트(3.50%) 하락한 743.85로 장을 마쳤다. 올해 1월 31일(740.49) 후 9개월 만에 740선으로 밀려났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날 479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삼성전자(-1.91%), SK하이닉스(-5.88%), LG화학(-6.99%), 삼성SDI(-5.05%), 포스코퓨처엠(-8.94%) 등 반도체 및 2차전지 관련 종목의 낙폭이 특히 컸다. 유가증권시장에선 하락 종목이 836개로 상승 종목(81개)의 10배를 넘었다.
전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0.12%포인트 올라 연 4.979%로 5%에 육박하고, 구글이 9% 폭락하면서 나스닥지수가 2.43% 하락 마감한 게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줬다. 전날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 매출 증가 둔화 가능성을 밝히고 이날 SK하이닉스가 예상치보다 낮은 실적을 발표하자 관련주가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2.14%), 홍콩 항셍지수(-0.24%)도 약세를 보였지만 한국보다는 낙폭이 훨씬 작았다.
증시 급락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이날 10원30전 상승한 1360원에 마감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6%포인트 뛴 연 4.104%를 나타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100선까지 내려갔던 지난해 9월 패닉 셀링(공포 매도)이 떠오를 정도로 투자심리가 많이 망가졌다”고 말했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미국 국채시장이 안정되고 중동 전쟁 불확실성 등이 해소돼야 국내 증시가 바닥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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