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보병, 가자시내 진격 임박…"전쟁 2단계 선언" [가자지구 지상전]

입력 2023-10-29 11:34   수정 2023-10-2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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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가하며 '전쟁의 다음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하마스 지휘부를 제거하고 주요 거점을 장악하기 위해 가자지구로 진입할 전망이다.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하마스 제거 작전은 2006년 레바논 영토에서 헤즈볼라를 상대로 벌어진 지상전 이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과 시리아에서도 헤즈볼라를 공습하는 등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하마스가 인구 밀집 지역에서 민간인들과 다국적 인질을 ‘인간방패’로 앞세우고 있어 인도주의적 참사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가자시티 곳곳에 대규모 지하 터널을 구축한 하마스가 시가지에 숨어 항전할 경우 이스라엘군 피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스라엘군 역시 교전 수칙을 완화하는 등 하마스 제거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어 대규모 희생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스라엘 지상군 가자시티로 진격
29일 CNN과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가자지구에서 시작한 지상 군사작전으로 전쟁이 2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군이 대규모 지상 병력을 투입해 하마스 지도부와 조직을 제거하는 작전을 본격화한다는 얘기다. 전차와 보병대 외에도 공병대와 수송·보급대 등 지원부대, 특수 작전부대 등이 일제히 가자지구로 진입할 전망이다.

하마스 제거를 위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주요 거점을 장악하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군이 2005년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후 수 차례 지상 작전을 벌였으나 대규모 점령전을 벌이는 것은 처음이다. 이스라엘군은 그동안 남부 사막에 가자지구 축소판을 건설해 훈련하는 등 지상전을 준비해왔다.

이른바 '가자 메트로'로 불리는 하마스의 지하 터널도 작전 목표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터널의 길이는 약 483㎞에 달하며, 곳곳에 함정이 설치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군은 무인 정찰장비를 비롯해 하마스의 지하 통로를 차단하는 스펀지폭탄 등 첨단 장비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펀지 폭탄은 플라스틱 용기에 금속 칸막이로 나뉘어 담긴 두 액체를 섞이도록 하면 폭발한다. 대량의 거품이 팽창한 뒤 굳어지면서 터널을 막아 못쓰게 만든다.

병원, 학교도 안전 책임 못진다...가자시티 떠나라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피해도 일부 감수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날 다니엘 하기리 이스라엘군 소장은 동영상을 통해 "하마스가 병원, 학교, 사원에 무기와 조직원을 두고 있다"며 "임박한 작전은 하마스의 이런 위협을 정밀하고 강력하게 무력화하기 위해 준비됐다"고 전했다. 지상 작전이 이뤄질 경우 어떤 시설도 예외로 두지 않겠다는 경고다. 그는 이어 "다양한 수단을 통해 그동안 수 없이 민간인들에게 가자지구 남부로 대피하라고 알렸다"며 "긴급하게 다시한번 알린다 가자지구와 가자시티를 떠나라"고 촉했다.

이스라엘군은 유치원, 모스크, 학교, UN건물 옆 등에 위치한 하마스의 로켓발사대 항공사진을 앞서 공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7일 모스크와 유치원 인근을 폭격한 사실을 시인하며 "하마스가 민간 시설을 테러 근거지로 사용한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장교들은 최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교전 규칙이 완화돼 병사들이 적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쏘기 전 확인 절차가 적어졌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 군 전문가인 야콥 카츠는 “이스라엘군은 가능한 한 터널에 들어가는 것을 피하고 대신 폭발물로 터널을 없애버리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신 두절된 가자시티, 인질 안전이 관건
이스라엘 공군의 대규모 폭격으로 이날 가자지구 대부분 지역의 인터넷과 전화 등 통신이 두절됐다. 전기와 수도 역시 일찌감치 끊겼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까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최소 7700여명이 사망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질 역시 수 십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마스가 납치한 다국적 인질을 방패로 내세우고 있어 이스라엘군이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이스라엘군은 인질이 230명 가량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가자지구 내 3만 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하마스 대원과 대피하지 못하고 지역에 남은 민간인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길르앗 이스라엘군 예비역 소장은 “이스라엘군은 인질의 존재를 고려해야 한다”며 “명확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더 힘든 문제를 마주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상군 투입으로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 국제적 비판 여론이 확산할 수 있는 점도 이스라엘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지금까지 20일 이상 이어진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사상자는 1만명을 넘어섰다. BBC는 “이스라엘이 서방국가들의 지지를 받으며 하마스와 전투를 벌이고 있지만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나면 이런 지지가 약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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