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갖지 않거나 출산을 미루는 여성이 증가하면서 30대 초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이' 대신 '커리어'를 선택하는 여성이 늘었다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0일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의 배경과 시사점'이란 주제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분석했다.
통상적으로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다른 연령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보다 저조하다. 20대에 노동시장에 진입한 뒤 출산과 육아 부담으로 노동시장에서 빠져나오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자녀가 성장한 50대 무렵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다시 오르다가 은퇴와 함께 60대 이상부터 내려간다.
최근 들어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가파르게 오른 원인을 KDI는 크게 두 가지에서 찾았다. 우선 30대 초반(30~34세) 여성의 경우 자녀가 있는 여성의 비중 자체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평균적으로 자녀를 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자녀가 없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보다 낮다.
KDI가 분석한 수치를 보면 자녀의 유무 여부가 30대 초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에 미치는 영향이 극명히 드러난다. KDI에 따르면 지난해 30~34세였던 1988~1992년생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5.0%로 5년 전 30~34세였던 1983~1987년생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66.2%) 보다 8.8%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은 1988~1992년생 여성의 무자녀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30~34세 당시 유자녀 비중이 32.3%에 불과했다. 반면 경제활동참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1983~1987년생 여성은 30~34세였을 때 이미 자녀를 둔 비중이 46.9%로 14.6%포인트 높았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동향총괄은 "자녀를 갖지 않거나 자녀를 갖는 시기를 미루는 여성이 증가하는 것이 30~34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상승시킨 1차적 요인"이라며 "자녀를 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확대된 것도 상당히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30대 후반(35~39세)에선 유자녀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난 게 경제활동참가율을 끌어올리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김 동향총괄은 "여성의 일-가정 양립과 관련된 사회 여건이 개선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분석된다. 노동공급 둔화를 완화해 전체 경제활동참가율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30대 여성, 특히 30대 초반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는 원인이 저출산에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노동시장에도 부정적일 것이란 진단이다.
김 동향총괄은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가 저출산 현상의 심화와 함께 진행됨에 따라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세 둔화, 연금재정 악화 등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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