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10명 가운데 6명꼴로 제사를 지내고 있으며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의 40% 정도만 앞으로도 제사를 이어갈 것으로 응답했다. 제사와 관련해 가장 개선이 필요한 문제로는 음식과 형식의 간소화가 꼽혔다. 이 같은 결과는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지난달 23~25일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례 문화 국민인식조사'에서 드러났다.
제사 간소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성균관 유생들이 "종가의 전통 제례 문화를 보존·계승하되, 일반 가정 제사는 국민의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현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례 문화의 명맥을 이어가면서도 일반 가정의 경제적 부담과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2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전통 제례 보존 및 현대화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번 권고안은 제사의 여러 형태 중 조상의 기일에 지내는 '기제사'와 3월 상순 조상의 묘에 올리는 '묘제'를 대상으로 한다. 앞서 위원회는 설과 추석 등 명절의 '차례'를 간소화하는 '차례 표준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기제사에 올리는 음식은 밥과 국, 포(脯)와 적(炙) 각각 한 가지씩에 삼색(三色)나물과 과일이면 충분하다. 기존 <주자가례> 등에서 제시한 20가지가 넘는 상차림에 비해 종류와 개수 모두 줄었다. 전을 비롯해 기름을 사용한 각종 요리는 올리지 않아도 된다. 과일 종류는 가정의 형편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해도 된다.
최영갑 위원장은 "제사의 핵심은 사랑과 공경으로 정성을 다함에 있다"며 "제사상은 간단한 반상에 좋아하시던 음식을 더 올리거나 생일상처럼 차려도 좋다"고 했다.
묘제의 경우 이보다 간략하다. 7개의 차림이면 된다. 조상의 묘 쪽으로 수저를 올려놓는 시접과 잔, 떡을 올리고 그 앞으로 간장과 포, 적, 과일 한 가지씩 올리면 된다. 위원회 측은 "가정의 문화, 지역의 특성, 제사의 형식과 형편에 따라 달리 지낼 수 있다"고 했다.
제사 형식도 유연해졌다. 조상이 돌아가신 날의 첫새벽(오후 11시~다음날 1시)에 지내는 게 원칙이지만, 초저녁인 오후 6~8시에 지내도 된다. 제사 주재자는 자녀들이 협의해서 정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가장 가까운 연장자가 나서면 된다. 여성이 제사를 주관해도 된다는 의미다. 위원회 측은 "제사의 준비 과정부터 마무리까지 성별에 따른 구분은 없다"고 했다.
이번 권고안은 파평 윤씨, 광산 김씨, 원주 변씨 등 종가의 제례 방식을 참고해 만들어졌다. 최 위원장은 "10여 개의 종가에서 지내는 제사상을 분석한 뒤, 이 중 가장 간소한 상차림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종가를 중심으로 제례 문화의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혜령 뿌리회 회장은 "위원회와 종가, 학계로 구성된 TF팀을 구성해 전통 제례의 현실적인 계승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제례 문화를 우리의 국가 지정 무형문화유산, 더 나아가 세계 무형 문화유산으로 지정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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