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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미국 주요 기업의 4분기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관광 수요가 줄고 광고 시장이 위축되면 여행 관련주와 기술기업의 실적에 타격이 예상된다. 사태가 확산할 경우에는 무기 수요가 늘어나 방위산업 기업의 생산이 증가하며 실적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전쟁으로 항공사 실적에 적신호
미국 CNBC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일으킨 불안이 여행, 광고, 공급망 등 많은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중동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은 이미 전쟁 여파를 반영해 실적 목표를 조정하기 시작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이스라엘은 지난 27일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지상전을 의미하는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섰다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30일엔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며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업종은 여행이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 노선 운항 중단에 따라 4분기 실적이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4분기 주당순이익(EPS)을 1.5~1.8달러로 전망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인 2.06달러보다 낮다. 스콧 커비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이스라엘의 비극으로 4분기 실적에 일시적으로 타격이 발생하면서 단기적인 위험과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등 다른 항공사 상황도 비슷하다.
항공업계가 위축되면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보잉은 최근 제출한 보고서에서 “현재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가 항공사 외에도 (보잉과 같은) 일부 공급업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크루즈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크루즈 기업인 로열캐리비언의 제이슨 리버티 CEO는 지난 실적 발표에서 “4분기 로열캐리비언 수용 인원의 약 1.5%가 이스라엘을 방문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회사는 노선 변경을 통해 승객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광고 지출 감소…빅테크 긴장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는 이번 전쟁으로 인력, 광고, 공급망 측면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많은 스타트업이 탄생하는 곳으로 우수한 인력이 밀집된 나라기도 하다.미국 소셜미디어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충돌한 직후 브랜드 광고 중심으로 지출이 줄어들고 있다”며 4분기 실적 전망치를 내놓지 않았다. 스냅은 “예측할 수 없는 전쟁의 특성 때문에 이번 분기에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의 수잔 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4분기 들어 광고 지출이 소폭 감소했으며, 이는 개전과 관련이 있다”며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비슷하게 광고 지출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공급망 문제도 예상된다. 의료기기 업체인 얼라인테크놀로지의 존 모리치 CFO는 “전쟁으로 인한 잠재적 공급망 문제가 예상된다”며 일부 인력 조정에 따른 퇴직금 지출이 늘면서 4분기 영업이익률이 전 분기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역사상 가장 많은 약 35만 명의 예비군을 소집하면서 이스라엘 현지 법인은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한편 미국 방산업체들은 급증하는 무기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군수업체 제너럴다이내믹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포탄 생산량을 확대했으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까지 더해지며 공급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 회사는 포탄 생산량을 기존 월 1만4000개에서 최대 10만 개까지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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