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銀, 장기금리 '年 1% 초과'도 용인한다

입력 2023-10-31 18:12   수정 2023-11-01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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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BOJ)이 장기금리(10년 만기 국채 금리) 목표치 상한을 연 0.5%에서 연 1.0%로 두 배로 높였다. 나홀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해 엔화 가치가 추락하고 인플레이션이 확대되자 정책 수정에 나선 것이다. 지난 4월 우에다 가즈오 총재 취임 이후 두 번째 유동성 조이기다. 하지만 이날 엔화 가치는 미국발 역풍에 밀려 하락했다.
‘두 마리 토끼’ 잡으려는 고육책
일본은행은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장기금리 유도 목표를 ‘연 0±0.5%’에서 ‘연 0±1.0%’로 수정하고 장기금리가 “어느 정도 연 1.0%를 넘어도 용인한다”고 결정했다. 장기금리를 표면적으로는 연 0%로 유지하면서 상한선을 올리는 방식으로 사실상 장기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일본은행은 7월 28일 회의에서 장기금리 목표치 상한을 연 0.5%로 유지하면서 이와 별도로 장기금리가 연 1.0%까지 오르는 것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행은 장기금리가 변동폭을 웃돌면 정해진 가격에 국채를 무제한 사들여 금리를 낮추는 가격 지정 공개시장조작을 실시한다. 7월 회의에서는 변동폭은 그대로 두면서 허용폭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 공개시장조작 실시 기준을 연 0.5%에서 사실상 연 1.0%로 올렸다.

이번 회의에서는 장기금리 목표 상한을 연 1.0%로 올리고 장기금리가 연 1.0%를 넘더라도 어느 수준까지는 공개시장조작을 하지 않기로 했다. 변동폭을 연 0.5%에서 연 1.0%로 두 배로 높이고 허용폭은 ‘연 1.0% 초과’로 올렸다. 우에다 총재는 ‘장기금리를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시장 상황을 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단기금리(콜금리)를 연 -0.1%로 유지하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 상장지수펀드(ETF) 매입과 같은 나머지 금융완화 정책은 그대로 이어갔다.

일본은행이 3개월 만에 또다시 장기금리를 사실상 올린 것은 미국과의 금리 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융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16년 만의 최고치인 연 5.0%를 웃돌았다.

이날 일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연 0.955%로 10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치솟는 장기금리를 허용폭 이내로 낮추려면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금리를 무리하게 내리면 채권시장의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반영됐다.
엔低 잡으려 했지만
미국과 금리 차가 벌어지면서 엔화 가치가 연중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도 일본은행의 추가 긴축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초 131엔대에서 움직이던 달러당 엔화 가치는 10월 26일 150엔대 후반까지 하락했다.

급격한 엔저(低)는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서민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8%로 18개월 연속 일본은행의 물가 목표(2%)를 웃돌았다.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이날 오후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가치는 150.19엔으로 전날보다 0.72엔 떨어졌다. 오전 한때 엔화 가치가 148엔대까지 올랐지만 일본은행의 회의 결과가 나온 후 가파르게 떨어져 또다시 150엔 선을 밑돌았다.

고토 유지로 노무라증권 수석외환전략가는 “시장은 일본은행의 정책 수정이 달러 상승 압력을 계속해서 흡수할 정도의 힘을 갖지 못한다고 판단했다”며 “엔화 가치가 152~153엔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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