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증권사·은행 등 금융투자회사들이 해외부동산 투자 펀드의 손실을 막기위한 '리파이낸싱 펀드'를 출범시키자고 합의했다.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모아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들을 구제하자는 목적이다. 다만 대형 운용사 몇 곳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비치면서 최종 출범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이지스자산운용,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한투증권, KB증권, 하나은행 등은 해외부동산의 대출 만기연장을 도울 리파이낸싱 펀드 출범을 합의한 뒤 금융투자협회에 이 안을 정식 건의했다.
해외부동산은 보통 고객으로 부터 모은 펀드 자금 뿐 아니라 대출을 함께 일으켜 투자한다. 현재는 미국, 유럽의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펀드에 대출을 해준 다수 해외 은행들이 대출금의 손실을 우려해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으려 하고 있다. 만기연장이 안되면 펀드 입장에선 부동산을 당장 싼 값에라도 팔아서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리파이낸싱 펀드가 해외은행의 대출을 할인해 넘겨받거나, 일부 대출을 대체하면 헐 값에 부동산을 팔아 손실을 보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리파이낸싱 펀드 합의안에 참여한 한 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해외부동산이 20~40%씩 떨어져 있는데 대출 만기가 안되서 부동산을 처분하게 되면 펀드 손실이 확정된다"며 "펀드를 통해 대출을 연장한다면 해외 부동산 시장이 회복할 때까지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해외은행 대신 대출을 해주는 형태로 이자 등을 통해 리파이낸싱 펀드 자체의 수익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실제 펀드 출범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도 나온다. 5000억원이상의 펀드 출범을 위해서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대형운용사들 몇 곳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한 대형운용사는 펀드로 투자한 미국 부동산을 손실을 보고 처분했다. 대출만기 연장 대신 '손절매'를 택한 셈이다. 이 회사측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시장이 앞으로 좋아질지 더 안좋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리스크를 감출 수는 없다"며 "리파이낸싱 펀드로 만기를 연장해주다가 해외부동산 시장이 더 안좋아지면 기존 해외부동산 펀드와 리파이낸싱 펀드가 동시에 손실이 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각 운용사 및 판매사가 어떤 비중으로 돈을 낼지에 대한 문제도 합의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는 일단 업계의 합의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5000억원이라는 추상적인 수치만 나왔을 뿐 아직 구체성이 부족해 리파이낸싱 펀드의 실제 출범 가능성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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