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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완전 분쇄'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민간인 사상자가 늘면서 휴전을 압박하는 국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우방인 미국마저 교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하마스에 잡혀간 이스라엘 인질들의 억류가 길어지면서 국내 여론도 등을 돌리는 추세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인권 침해와 전쟁범죄를 들어 이스라엘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튀르키어사용국기구 정상회의 참석 후 취재진과 만난 에르도안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는 더 이상 대화 상대가 아니다"라며 "그를 배제하겠다"고 했다. 해당 발언 뒤 튀르키예는 곧바로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미국은 휴전에 반대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에는 '인도적 교전 중단'을 압박하고 있다. 휴전은 전선에서 모든 전투와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행위인 반면 인도적 교전 중단은 구호품을 제공하고 인질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특정 지역에서 짧은 기간 교전을 멈추는 것이라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4개국 외무장관과의 회동 뒤 "휴전은 하마스에 재조직을 준비하고 그들이 한 일(이스라엘 공격)을 반복할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이라며 "인도적 교전 중단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휴전과 인도적 교전 중단을 모두 거부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한 블링컨 장관을 만나 "우리 인질들의 귀환을 포함하지 않는 일시적 교전 중단은 거부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스라엘이 최대 우방인 미국과 엇박자를 내는 것은 전쟁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하마스를 완전 섬멸하려고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는 이란, 러시아 등 미국의 적에 대항하기 위한 '중동 동맹' 결집이라는 것이다. 이에 미국은 중동 국가들을 자극할 수 있는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세는 미국을 더욱 난처한 입장에 몰아넣고 있다. 지난 3일 가자지구 보건부는 가자시티에서 중상자를 이송하던 구급차 행렬이 공습을 당해 15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군은 "다수의 하마스 테러 공작원들을 공습으로 제거했다"며 폭격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하마스 조직원들이 사용하던 구급차를 식별해 공격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이스라엘 방송사 채널13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퇴진해야한다는 응답이 76%에 달했다. 응답자 64%는 전쟁이 끝나는 대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답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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