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이 회장단에 부과된 건강보험료를 두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였지만 패소했다. 민사소송에 이어 또 한 번 건보료를 내야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오리온 측은 "여러 계열사에서 겸직하는 임원의 개인 건보료는 법정 상한액을 넘을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직장별로 납부하는 것이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오리온·오리온홀딩스·쇼박스가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보험료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오리온그룹이 패소 후 항소를 포기하면서 이대로 판결이 확정됐다.
원고들은 같은 쟁점으로 진행해온 민사소송도 취하했다. 이들은 지난해 "납입한 9억여원의 보험료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판결 후 곧바로 항소해 2심을 진행해왔다. ▶관련기사 1월 3일자
이번 분쟁은 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8~10월 오리온그룹의 여러 계열사에서 겸직 중인 임원들을 두고 '사업장'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매기면서 불거졌다. 오리온 오리온홀딩스 쇼박스가 이들 임원의 건강보험료와 장기 요양보험료로 총 1억5000여만원을 부과받았다. 당시 A씨와 B씨는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 임원을 겸했고, C씨는 여기에 더해 쇼박스 임원으로도 재직했다. 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건보료와 장기 요양보험료는 가입자와 사용자가 절반씩 부담하도록 돼 있다.
오리온그룹은 이에 반발해 소송전에 뛰어들었다. 오리온 등은 "직장가입자가 둘 이상 사업장에서 보수를 받는 경우 법적 상한선을 초과해 보험료를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건강보험법 등에 따르면 직장인이 근로의 대가로 받는 월급(보수월액)에는 매년 내야할 보험료의 상한을 정하도록 돼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청구대로 사업장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내게 되면 이 상한선을 넘기게 된다는 것이 오리온그룹 측의 논리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제도의 입법 목적 차이를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건강보험은 사회연대의 원칙을 기반으로 경제적인 약자에게 사회보험 혜택을 주고자 하는 것"이라며 "보험료와 보험급여 사이의 등가 원칙(내는 만큼 돌려받음)보다 사회연대의 원칙을 우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오리온그룹은 재판에서 "사업장별로 보험료 상한을 적용하면 여러 계열사에서 겸직한 사람의 보수가 계열사 한 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보다 적더라도 보험료는 더 많이 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부분의 직장가입자는 겸직이 제한돼 한 개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오너 일가나 소수 경영자에게 발생하는 이례적인 경우"라고 일축했다.
박시온/곽용희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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