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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의류 생산기지인 방글라데시가 멈췄다. 노동자 수만명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에 참여하면서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진행된 의류 공장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약 300개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일부 공장에서는 폭력 사태가 벌어져 불이 나고 기계가 파손됐다.
방글라데시는 H&M, 갭(GAP), 자라 등 패션 대기업들의 의류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세계의 의류 공장'으로 꼽힌다. 전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많은 3500개 의류 공장이 방글라데시에 자리잡고 있으며 약 400만명이 근무하고 있다.
방글라데시가 의류공장을 대거 유치한 것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특히 저렴한 인건비 덕분이다. 지난해 H&M 공급망 소속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이 받은 월급은 평균 134달러로, 캄보디아 노동자 평균(293달러)의 절반 이하였다. 같은해 방글라데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683달러로 캄보디아(1786달러)보다 50% 높다.
이렇게 낮은 임금으로는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방글라데시 최저임금은 2019년 월 5200타카(약 47달러)에서 월 8000타카로 인상된 뒤 4년째 동결됐다. 같은 기간 방글라데시 물가는 연평균 5.5% 상승했다.
파업 참여자들은 최저임금을 지금의 3배인 2만3000타카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결정위원회에 참여하는 방글라데시 의류 제조·수출업체협회(BGMEA)는 새 최저임금으로 1만400타카를 제안했으나 정부가 기각했다.
패션 대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지만 가격경쟁력이 약화할까봐 쉽사리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H&M은 "근로자와 가족의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새 최저 임금을 지원한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임금 인상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파루크 하산 BGMEA 회장은 "패션계 유명 브랜드들이 공개적으로 임금 인상을 지지하지만 실제로는 비용이 상승하면 주문하고 다른 나라로 주문을 옮기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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