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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수요예측을 앞두고 분위기는 암울했다. 뜨거웠던 2차전지 관련주가 돌연 동반 급락세로 돌아서면서다. 그런데 수요예측 첫날 중소형 기관들이 희망 공모가 상단 이상 가격에 주문을 쏟아냈다.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았어도 양극재의 핵심 소재를 만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미래 청사진이 높이 평가받는다는 해석이 나왔다.
수요예측 마지막 날 분위기는 돌변했다. 높은 가격에 주문을 낸 중소형 기관들이 공모가 하단 밑으로 가격을 대폭 조정했다. 국내외 대형 기관들이 움직이지 않자 앞다퉈 주문 수정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 공매도 금지 조치로 2차전지주가 일제히 급등하면서 분위기가 또 한 번 바뀌었다. 회사는 희망 공모가인 3만6200~4만4000원의 하단을 가까스로 지켜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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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모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9년 자산운용사 설립 요건 중 자기자본 기준이 완화돼 운용사와 자문사 등 중소형 기관이 난립하면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모주 수익률이 치솟으면서 이런 행태가 만연해졌다. 한 증권사 IPO 부서 관계자는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1800개에 가까운 국내 기관 중 실질적인 전문 투자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수요예측의 가격 발견 기능을 정상화하려면 지나치게 형평성을 강조하는 규제 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공모주 관련 규제는 모두가 공평하게 공모주 수익률을 나눠 가져야 한다는 기조 아래 형평성을 강조한다. 주관사인 증권사는 대형 기관뿐 아니라 중소형 기관에도 의무적으로 일정 비중의 공모주를 배정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중소형 기관의 주문에도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투자은행업계에선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IPO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에 장기 보호예수 등의 조건을 확약한 기관투자가에 공모주 일부를 사전 배정하는 제도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사전에 공모주 물량을 확보하는 코너스톤 투자자와 나중에 청약 물량을 받는 일반 투자자 간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적정 기업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는 건 형평성보다 실효성이 훨씬 중요한 영역이다. 공모주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공모시장이 또다시 형평성이란 정치 논리에 가로막히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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