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가 금지된 가운데 외국인이 폭풍 매수한 종목이 있다. 바로 반도체 대장주다. 공매도 금지 조치로 일각에선 외국인의 자금이 이탈할 것이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반도체 시장이 저점을 딛고 반등하고 있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해석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과 7일 양일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3270억원, SK하이닉스를 2328억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2, 3위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우선주도 455억원 사들였다.
공매도가 금지된 지난 6일 외국인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1조2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들은 2차전지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하지만 공매도 금지 이튿날이었던 7일엔 3500억원을 순매도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 첫날에만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됐던 2차전지주와 달랐다. 반도체 대장주들엔 2거래일 연속 외국인의 자금이 집중됐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에 외국인의 투자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던 반도체 업체가 공급량을 조절해 불황을 극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미국 제재에 대한 우려로 D램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며 "3분기부터 반도체 공급사들이 가동률을 조정했기 때문에 4분기에 D램 가격의 반등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공급사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공급업체의 가동률에 따라 D램 시장의 경착륙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격 반등에 힘입어 반도체 대장주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 삼성전자는 3조553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에 비해선 17.47% 낮은 수치지만 3분기(2조4336억원)에 비해선 1조원 이상 늘어났다.
일각에선 4분기 SK하이닉스도 적자 고리를 끊어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은 SK하이닉스의 4분기 매출액을 10조4000억원, 영업이익을 852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증권사 박유악 연구원은 "시장 예상보다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반등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거시 경제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업계 내 재고 부담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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