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인요한 위원장이 사실상 당대표 대행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는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당 대표 역할을 인 위원장이 하면서 김기현 대표는 행정 사무 처리를 전담하는 형태로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엄 소장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당 대표에게 기대되는 역할을 크게 3가지다.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 △세력 결집을 통한 대선주자 관리 △중도 확장이다.
지난 3일 인 위원장은 “당 지도부와 중진, 대통령과 가깝게 지내는 의원들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수도권 지역 내 (국민의힘 승리가) 어려운 곳에서 출마하는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희생을 요구한 셈이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원로 등과 잇따라 만나는 등 세력 결집에도 나서고 있다. 인 위원장은 임명 직후인 지난달 26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났다. 지난달 27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홀로 예방했다.
아울러 7일에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다. 이날도 홍준표 대구시장과 비공개 회동을 진행했다. 엄 소장은 "당 대표의 역할은 대선주자를 관리하면서 당의 세력을 결집시키는 것"이라며 "인 위원장이 이러한 역할을 완벽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도 확장에도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혁신위의 첫 공식일정으로 광주 국립 5.18민주 묘지를 참배하고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 시장의 징계 취소를 혁신위 1호 안건으로 건의했다.
김 대표가 최근 '깜짝 카드'로 발표한 '메가시티'의 효과도 크지 않아 인 위원장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더 부각됐다는 설명도 나온다. 엄 소장은 "여당이 메가시티 관련 특위(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를 발족하며 힘을 보탰지만 부산 등이 나오면서 동력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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