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사업 추진위원회' 행사에서 '김대중 정신'을 언급하며 "이재명 대표님, 이제 정쟁 좀 그만하자. 나라를 위해 같이 싸우자"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바로 앞에서 한 말이었다.
인 위원장은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이날 행사 축사에서 "조금 한 말씀을 전라도 말로 해야 쓰겄다"면서 "민주당도 그동안 그렇게 크게 자랑할 게 없다"고 밝혔다. 이 행사에는 이 대표를 비롯해 김진표 국회의장, 김두관·김민석 민주당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야권 인사들이 다수 자리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장을 맡으면서 오늘 여기 오니까 저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당 안에서는 엄청나게 미움을 사고 있다. 의사가 아주 쓴 약을 처방했다. 그 약을 먹고 (당이) 빨리 낫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인 위원장은 "1994년 광주에서 김대중 선생님을 독대했다. 그 자리에서 저는 통역을 했는데 '김 전 대통령이 한이 가득 차 있었다'고 느꼈다"며 "경찰이 몇 년 동안 따라다니는 것에 대한 한을 풀지 못했고, 저는 만나자마자 '왜 보복하지 않느냐'고 물었다"고 회상했다.
인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의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 김 전 대통령이 "인 원장, 보복이라는 것은 못 쓰는 것이여", "남자면은 (넬슨)만델라, 만델라처럼 살아야 해" 등 말을 했다고 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신의 대통령 취임식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을 초청한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나는) 아주 분노했다"면서도 "그러나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짜 실천하는 저 사람(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상감이구나(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대중 선생님 같은 분, 생각은 달라도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분, 그런 길로 늘 갔으면 좋겠다"며 "정치도 모범적으로 바뀌어서 (다른 나라가) 우리 같은 정치를 갖고 싶어 하는 그런 나라 되면 참으로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선생님의 마지막 유언 아닙니까. 사랑이 뭡니까. 사랑이 뭡니까. 남의 허점을 덮어주고 좋은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님, 이제 정쟁 좀 그만합시다. 그만하고 나라를 위해서 우리 같이 싸웁시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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