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불경기에도 서울 영등포구 아파트 단지들의 인기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여의도 개발 소식에 반사이익을 누리며 매수세와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것이다. 이미 최근 실거래가 상승 폭은 서울 내 다른 지역 평균을 훌쩍 넘어섰다. 현장에선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직주근접 수요가 최근 매수에 나섰다는 반응이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산푸르지오 전용 114㎡는 지난달 16억9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단지는 지난해 3월 같은 크기가 16억5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1년 넘게 거래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매수 희망자가 늘어나며 상승 거래를 기록했다. 최근 반등했던 실거래가가 다시 하락하고 있는 서울 내 다른 단지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단지 내 전용 84㎡ 역시 최근 가격이 급등했다. 지난달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2개월 전 거래가(10억7000만원)와 비교하면 2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단지는 2004년 준공된 538가구 규모 단지로, 영등포구 내에서도 여의도 접근성이 좋은 단지로 평가받는다. 당산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사람 중 여의도 아파트 가격을 부담할 수 없는 경우가 매수하고 있다”며 “최근 전용 114㎡ 호가가 17억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바로 옆 당산동 강변래미안 역시 가격이 상승 중이다. 단지 전용 79㎡는 최근 12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 6월(11억6500만원) 대비 6500만원 상승했다. 같은 크기 호가는 최근 16억원대 매물이 올라오면서 가격 상승 폭을 더 키우고 있다. 준공 2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이지만, 여의도와 바로 맞붙어 직주근접 수요가 몰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근 당산동 5가 유원제일2차 역시 최근 가격 상승 폭이 크다. 단지 전용 84㎡는 지난 9월 13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 8월 거래가(12억8000만원) 대비 1억1000만원 상승했다. 1984년 준공된 단지로 거주 여건이 열악하지만, 최근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며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여의도와 가까운 신축 단지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단지마다 재건축을 추진해 최근 가격이 크게 높아진 여의도 수요 중 일부가 인근 영등포 단지로 옮겨갔다고 평가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여의도 직주근접 수요 중 일부가 여의도 아파트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주변 단지로 옮겨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여의도 출퇴근이 편한 단지 중 하나로 유명한 대방동 성원이나 문래동 문래자이 등도 최근 가격이 억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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