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급등세를 타던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주가 급락하고 있다. 대장주인 한미반도체가 기대치를 대폭 밑도는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내년부터 실적이 급증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높여 잡았다.
13일 한미반도체는 12.82% 내린 5만7800원에 장을 마쳤다. ISC는 13.27% 내린 7만5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수페타시스(-7.37%), 하나마이크론(-5.72%), 이오테크닉스(-4.56%) 등 다른 AI 관련 반도체주도 약세를 보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하락세를 주도했다. 이들 종목은 외국인과 기관 창구에서 쌍끌이 매도세가 잡히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이날 외국인이 676억원을 팔았다.
이들 종목은 HBM(고대역폭메모리) 밸류체인 기업으로 꼽히며 올 들어 주가가 몇 배씩 상승했다. HBM은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다. 한미반도체는 올 들어 전 거래일까지 6배 뛰었다. 같은 기간 ISC와 하나마이크론도 각각 178%, 238% 상승했다.
주가가 돌연 급락한 것은 AI 반도체 대장주인 한미반도체가 기대치를 대폭 밑도는 실적을 내면서다. 지난주 금요일 한미반도체는 3분기 영업이익이 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했다고 장 마감 이후 공시했다. 증권사 평균 예상치는 105억원이었다.
사상 최대 규모의 배당금 지급 계획도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이날 한미반도체는 올해 407억원 규모(주당 420원)의 배당금을 주주에게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사들은 저가 매수 기회로 잡으라고 조언했다. 올해 실적은 애초에 기대하지 않아 악재로 보기 어렵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된다는 근거에서다.
이날 삼성증권은 한미반도체 목표가를 기존 6만8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올리고 ‘매수의견’을 제시했다. 유진투자증권은 8만3000원을 목표가로 제시했다. 류형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고객사 확대 기대감으로 주가 상승이 한 차례 더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주가가 단기 고점을 찍고 조정세에 돌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적 개선 없이 주가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안팎에 머물고 있지만, AI반도체 종목들은 PER이 30~50배에 육박하고 있다.
AI반도체주를 에코프로에 비유하는 시각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주는 신규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에 따른 단기 수급에 힘입어 주가가 올랐다”라며 “실적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신규 매수세까지 줄어들 경우 낙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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