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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전기차 수요 둔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 우려라는 환경도 있지만, 안전과 가격 등 현재 전기차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2~3년 후 출시될 저렴하면서도 안전한 보급형 전기차를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수년간 성장이 가속화했던 유럽의 전기차 판매가 정체기에 접어드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그러나 테슬라와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일제히 3분기 실적발표에서 침울한 전망을 내놨다. 고금리와 경기침체 등으로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점점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2위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올해 자사의 유럽 전기차 주문량이 15만대로 전년(30만대) 대비 반토막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이터는 “글로벌 데이터 분석회사들과 이탈리아, 독일 자동차 딜러들에 따르면 유럽 소비자들은 전기차가 안전과 주행 거리, 가격 등에 대해 만족스러워하지 않고 있다”며 “경제적 불확실성보다 더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있다”고 전했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전기차가 아직 부족한 점이 큰 문제로 꼽힌다.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에 신기술 습득에 적극적인 ‘얼리어답터’들과 법인 차량 수요가 초기 전기차 성장세를 끌어올렸다면,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전기차가 대중화돼야 한다.
그러나 북미 자동차 전문 사이트 오토트레이더에 따르면 영국의 신형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평균 33% 비싸다. 자동차 조사기관 자토 다이나믹스의 펠리페 무노즈는 “더 저렴한 전기차가 출시되지 않는 한 전기차 수요는 계속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와 폭스바겐을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3000달러대의 보급형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출시 시점은 2025년 이후다. 포드와 GM 등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최근 전미자동차노조(UAW)와의 새로운 임금협상으로 인건비가 급증하면서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연기할 계획이다. 로이터는 “2025년에는 유럽에서 비야디(BYD)와 니오 등 중국 전기차들과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의 인사이트 디렉터 필립 노타드는 전기차의 낮은 잔존가치도 구매를 미루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전기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가정하는 만큼 향후 차를 중고로 팔 때 가격인 잔존가치가 낮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전기차는 낮은 잔존가치로 수요는 적고 공급은 많은 ‘죽음의 계곡’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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