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전기료 인상 및 전력계통 과부하 등 문제점을 예상하고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를 밀어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에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탈원전·신재생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 우려는 삭제하는 등 진상을 은폐하려고 한 정황도 나왔다.
감사원이 14일 공개한 ‘신재생에너지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전기료 인상요인은 2016~2020년간 76조원이며 인상률은 평균유가 가정 시 20%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문 정부가 ‘2030년까지 신재생 비중을 20%로 높이겠다’는 국정목표를 추진하자 신재생 확대에 따른 연료비, 정산단가 변동, 인프라 비용 증가 요인 등을 고려해 산정한 것이다. 산업부는 “전력공급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선제적 전력계통 보강과 백업설비 확충 등 특단의 인프라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러자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은 “전기료 인상 전망이 20%가 넘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정무적인 감각도 없느냐”고 업무 담당자를 질책했다. 결국 산업부는 같은 해 12월 전기료 인상률 전망치를 10.9%로 낮춰 발표했다.
2019년 8월에는 한국전력이 ‘전력구입비 연동제 연구보고서’를 국회 의원실에 제출하면서 신재생 비중 확대 시 예상되는 비용 증가와 전기료 인상 필요성 등이 담긴 내용을 누락한 일도 벌어졌다. 산업부가 당초 보고서 분량의 67%에 해당하는 내용의 삭제를 지시한 것이다.
산업부의 신재생 비중 목표치는 문재인 대통령이 2030년 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NDC)를 40%로 제시함에 따라 2021년 10월 다시 30.2%로 추가 상향됐다.
당시 산업부는 대규모 풍력 프로젝트를 추가로 반영하더라도 신재생 비중을 26.4% 이상 높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계통보강에 최소 10년이 소요되고, 백업설비 비용은 최대 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산업부는 마치 숙제처럼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내려온 ‘신재생 비중 30%’ 강행을 위해 실현가능성 고려 없이 발전원별 목표량 등을 임의 배분했다.
그 결과 소형 태양광 발전소가 밀집한 전남과 제주 지역에서는 계통망이 전력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해 원전과 화력발전소 가동이 멈추는 등 전력공급의 불안정성이 높아졌다.
감사원은 한전 등 8개 기관 임직원 251명이 가족 등 명의로 태양광 사업을 영위한 사실도 적발했다. 에너지공단 전 부이사장은 가족 명의로 발전소 3곳을 운영했다. 농업인을 우대하는 소형 태양광 사업(한국형 FIT)에서는 815명이 서류위조 등 위법·부당한 방법으로 사업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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